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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Jul 30. 2019

나와 온전히 마주한 시간

유튜브 시작하기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원래부터 남들에게 떠드는 걸 좋아했고, 내가 하는 말들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의 온갖 잡담을 좋아해 주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1인 토크를 하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 2주 동안 열심히 잘 나가는 채널들을 벤치마킹하고, 장비도 구입하고(생각보다 비쌌다...) 대본도 준비했다. 영상편집은 필수였기에 편집기술도 꽤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드디어 첫 촬영을 했다.


그런데...


 카메라에 비친 사람은 내가 생각한 나보다 훨씬 초라했다. 내가 알던 나보다 말도 잘 못했고, 내 머릿속의 나보다 얼굴도 못나 보였다. 발음도 좋지 않았고, 표정과 손짓도 어색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훌륭한 연설가였는데, 카메라에 비친 실제의 나는 어설픈 둔변鈍辯가 였다. 실제의 나는 10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100인 사람인 줄 알고 살아왔던 것이다.


 몇 번을 다시 찍어봐도 좀처럼 어설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찍고 확인하고 다시 찍고 다시 확인하고, 대본이 이상한 것도 같아 수차례 수정을 하고, 구도가 이상한 것도 같아 배치도 바꿔보고 조명도 바꿔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며 수십 번을 다시 해보느라 주말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수십 번의 재촬영에도 끝내 만족할 만한 영상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이틀 동안 카메라와 마주한 시간은 내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나 자신의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완전한 제삼자의 눈이 되어 그렇게 오래 관찰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한 번도 스스로 바로 보지 못했던 나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10밖에 안 되는 내가 스스로를 100인 줄 알고 100만큼을 원하며 살아왔으니, 그동안 그렇게 괴로웠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밖에 안 되는 깜냥으로 100을 가지려 했으니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갑자기 고마워졌다. 10인 주제에 100인 것처럼 나대는 모습이 얼마나 꼴불견이었을지... 그런 역겨운 모습을 참아주고받아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너 자신을 알라


 수없이 들어온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지만, 이 순간 나는 2,500년 전을 먼저 살다 갔던 그가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이룰 수 있는 꿈을 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그릇이 허락해주는 크기 안에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에 온 힘을 다할 것.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내 그릇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일 테니, 다시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그릇을 아는 것이다.


 나 자신의 본모습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만, 다행히 그 모습에 좌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카메라에 비친 나의 모습이 진짜 나라는 걸 인정하고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라 해도, 그 누구보다 스스로 더 아끼고 사랑하기로 결심한 시간이었다.


 유튜브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첫 촬영물은 너무나 끔찍하여 도저히 남에게 보여 줄 것이 못돼었지만, 좀 더 가다듬어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만한 수준이 되면 바로 개시할 것이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멋진 달변가의 모습은 당연히 포기하였다...)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처음 자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든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나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충격을 받으신 분이 있다 하더라도 부디 좌절 마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충격을 극복하시고 꼭 론칭 Launching에 성공하시기를 바란다.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MKAfCDsK4pWxrz2USDvAag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despairy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chur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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