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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Sep 01. 2019

서로 잡은 손을 놓아줄 때

단순한 삶을 위한 지침 8

"그만하자. 더 얘기해 봐야 서로 감정만 더 상할 뿐이지"

오래된 친구와 또 말싸움을 했다. 최근 들어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오늘은 얼굴을 붉힐 정도로 심하게 싸웠다. 싸움의 시작은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 딱히 사회 이슈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포털사이트에 오르내린 여러 가지 화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서로 간의 견해 차이로 감정싸움을 해버린 것이다.


'예전엔 나와 생각이 정말 비슷한 친구였는데'

학생 때 친한 친구였던 우리는 무엇을 하던 생각이 비슷했다. 아니 애당초 닮은 점이 많았으니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대까지만 해도 서로 싸우는 일 한번 없이, 같이 어울려 밤을 새워 노는 일도 잦았다. 그러던 관계가 30대로 접어든 어는 순간부터인가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얘기를 하던 서로 핀트가 잘 맞지 않고, 서로의 얘기에 잘 공감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갈등은 남자들이 만나면 으레 그러하듯 결국 내가 맞네 네가 맞네 식의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때는 어떻게든 서로 참고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생각의 차이였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어느 날부터 이 차이가 서로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 벌어진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심하게 의견 차이가 생겼고, 만날 때마다 생기는 감정 소비를 겨우겨우 견뎌내야 했다. 심하게 싸운 날도 시작은 작은 의견 차이였지만, 그 작은 충돌이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커진 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그것도 보통 자기가 가던 방향으로 점점 더 크게 변해간다. 어렸을 때는 그 방향의 차이가 심하지 않다.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며 각자의 생각이 깊이 자리 잡을수록 이 방향의 차이는 틀어져 버린 각도처럼 점점 더 벌어져 버린다. 벌어지고 벌어지다 더 이상 서로 가까이하지 못할 정도로 멀어져 버린다. 단순히 친구뿐만이 아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지인일 수도 있다.

처음 관계를 맺고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맞잡은 손은 서로의 가는 길이 멀어지며 점점 잡고 있기 힘들게 된다. 억지로 잡으려 하여도 너무 멀어지면 더 이상 잡고 있을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서로 잡은 손을 놓아줄 때가 된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의 손을 놓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한 추억이 있고 쌓아온 감정이 있다. 그 축적된 시간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손을 맞잡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관계를 억지로 붙잡고 있게 되지만, 당연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놓아줄 것은 놓아주어야 한다. 오래 함께한 사이라 하여도, 그 사람과의 관계가 점점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잡은 손을 놓을 때가 아닌지 잘 살펴보자.


 보내주었다 하여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의 의미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같이 걸어온 길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함께 걸었던 길은 지나간 후에도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계속 남아있다. 지금까지 함께 해준 인연에 감사하며, 서로의 길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잡은 손을 놓아주자. 



-유튜브 토크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MKAfCDsK4pWxrz2USDvAag


-유튜브 재테크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ZhDLh_JxemyvAXmvdvCM0Q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desp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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