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세요
8월 1일부터 유튜브를 시작하여 100일이 조금 안된 11월 초, 구독자 1000명이 되었다. 하고 싶은 얘기를 글뿐이 아니라 영상으로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깊은 고민 없이 시작하였다. 처음 카메라 앞에 서서 촬영을 하는데, 왜 그리 어색하던지. 어차피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독백하듯이 하면 될 뿐인데, 그리고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모두 편집을 해버리면 될 것을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얼어 있었는지 모르겠다. 편집을 하면서 카메라에 찍힌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떻게 보면 완전한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 얼굴과 내 표정과 내 목소리를 그렇게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스티브 잡스처럼 당당한 표정으로 멋지게 말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화면에 비친 나의 모습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표정은 굳어있고 말에는 두서가 없었고 발음은 형편없이 샜다. 그 끔찍한 모습에 좌절한 나는 도저히 동영상을 게시할 수가 없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만두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게 진지하게 포기를 고민하던 중, 주변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할 거라고 신나게 떠벌려 놓은 것이 생각났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제 와서 시작도 안 하고 포기하기에는 이미 뱉어놓은 말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나는 평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나 하려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거의 얘기하지를 않는다. 그런데 대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유튜브를 하겠다는 계획만은 이미 여럿에게 얘기해 버렸던 것이었다. 설상가상 격으로 한 지인으로부터 언제부터 시작하냐는 재촉이 들어왔다. "응 그게 찍긴 찍었는데 도저히 공개할 수 없는 수준이라 안 하려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눌러 담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벌려놓은 말도 있고 일단 할 데까지는 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고쳐 먹고 나서는 촬영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다. 같은 대본을 놓고 여러 각도 여러 표정 여러 몸짓으로 수십 번을 다시 찍었다. 찍고 확인하고 찍고 확인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표정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말도 조금씩 평소처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수십 번을 다시 찍은 후에야 겨우 '그나마 공개 가능한' 수준의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영상을 처음 올린 후 지인들에게 유튜브를 시작했음을 알렸다. 고맙게도 온갖 피드백이 쏟아졌다. 조명이 너무 밝다던지, 배경음악이 너무 크다던지, 표정과 몸짓이 부자연스럽다던지, 그 와중에 얼굴 보고 짜증 나서 신고했다는 친구 놈까지... 대부분의 피드백은 나 역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들이기에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매 영상을 찍을 때마다 더 개선시키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유튜브와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수집하며 어떻게 해야 유튜브의 문법에 맞는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고, 더 능숙하게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지 공부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유튜브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궁리했다. 그렇게 유튜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영상을 게재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처참했던 나의 영상들도 조금씩은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상이 조금씩 볼만해지자 구독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주제가 대중들의 호기심을 끄는 자극적인 주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종류의 내용이 아니다 보니, 높은 조회수를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보아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구독자도 그에 맞춰 천천히 늘어갔다. 그리고 구독자 숫자가 늘어가는 것보다 더 힘이 되고 보람을 느꼈던 것은 내 영상을 보고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는 분들의 댓글이었다. 나의 작은 시간을 쪼개서 만든 영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그 사실이 가장 기쁜 일이었다. 비단 유튜브뿐만이 아닌 브런치나 그 외 다른 콘텐츠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힘을 얻고 공감을 느꼈다는 그 사실이 가장 큰 동기부여이고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브런치던 유튜브던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아직 망설이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일단 무조건 도전해 보시라. 처음에는 잘 안될 것인데 그게 당연한 거다. 처음부터 능숙한 사람은 없다. 글도 영상도 처음에는 서투르고 형편없다. 대부분 내가 보아온 글과 영상들에 기준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눈높이는 이미 꼭대기에 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나의 수준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내 수준을 인정하고 나의 실력을 늘려가는 재미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실력이 늘어간다. 그리고 조금씩 결과물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나에게 공감해주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분들로 인해 오히려 내가 더 큰 기쁨을 얻고 힘을 얻게 된다.
시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일은 있어도, 시작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당신에게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유튜브이건 브런치이건 매체의 종류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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