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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Nov 29. 2019

죽기 전날에도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라면

직업에 대한 생각

 종종 지금의 내 생활을 되짚어볼 때면 꼭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만약 내일 죽는다고 하면 그때도 나는 지금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오늘 하고 싶을까?'


 물론 대답은 언제나 NO 였다. 적어도 죽기 전날까지 일을 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소중한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만나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주변도 정리해야 하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도 먹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그중에 일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것은 일이 나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었다. 나는 소중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삶의 반이라는 시간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친 이후로 목표로 삼은 게 있다. 바로 내일 죽더라도 하고 싶어 지는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기. 가장 빠른 길은 당연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런 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상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듯, 사람과 일 사이에도 상성이 존재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좋아하게 만들 수 있어도, 본성과 맞지 않는 일을 죽기 전날에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게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다. 나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죽기 전날까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 판단을 하였고, 그럴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게 돈을 잘 버는 투자자가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한때 투자에 몰입하여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잠들기 전까지 주어진 모든 시간을 거기에 다 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꽤 괜찮게 수입이 들어온 적도 있었지만, 이 일이 내가 죽기 전날까지 하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돈은 분명 삶을 더 편안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돈만을 추구하는 투자라는 일은 결국 죽음이 눈앞에 닥쳤을 때는 모든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그런 일은 진정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생각을 하고 수년의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하나의 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창작자'라는 일이었다. 글, 그림(은 못 그리는 관계로 생략), 영상 등등 창작물을 만드는 일. 마음속에 묵혀둔 얘기들을 밖으로 꺼내어 형태화 시킨 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 보수를 생각하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고,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오늘 한 편의 글, 한 편의 영상을 더 만들고 싶어질 거 같은 그런 일이었다. 아니, 유작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 질 것 같았다.


 이런 확신이 생긴 이후로 나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생활이 가능한 체재를 구축하기. 내일 죽더라고 하고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그렇게 올여름부터 여러 수단을 통해 아직은 취미 수준에 불과한 글과 영상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이제 시작한 지 3~4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성과라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약간씩이나마 반응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본업으로 삼으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지만, 과정 자체가 즐겁기에 너무 멀리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2019년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영역으로 발끝을 조금 내디뎌 본 한 해였다. 절반이 지나간 이후에나 시작을 했기에, 제대로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였고, 밑그림만 그려놓은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여행으로 치면 출발하기 전에 짐을 열심히 싸 둔 것과 비슷하다. 제대로 다녀오기 위해서는 제대로 짐을 싸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년이야말로 본격적인 출발을 시작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목적지는 멀지만, 당장은 눈앞에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루하루 목적지에 가까워진다면, 매일매일이 새로운 하루가 될 것이다.



-처리형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MKAfCDsK4pWxrz2USDvAag


-처리형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chur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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