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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골프채의 순서

공기가 얼굴에 차갑게 와 닿는 이른 아침, 야외 골프 연습장에 줄지어 선 사람들은 스윙 연습에 한창이었다. 딱 따악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여기저기서 흰 공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기계가 공을 잡아 올려놓기 바쁘게 사람들은 채를 휘둘러 공을 제각기 서로 다른 궤도로 날려 보냈다. 


골프 경기에서는 공을 멀리 보내는 것보다 목표한 곳에 정확하게 떨어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형과 거리에 따라 다양한 각도와 길이의 채들을 사용하고 그 쓰임새를 구별하기 위해 채마다 서로 다른 숫자를 적어 놓았다. 

숫자가 빠를수록 몸체가 길고 머리의 각도가 예리하여 공을 멀리 보낼 수 있지만, 골프에서 그것은 채의 특성이지 장점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골프 경기에서는 채의 키가 작거나 머리의 각이 둔하더라도 다른 채와 차별 없이 고유한 쓰임새가 있다. 각자 역할에 따라 적절한 곳에서 목표 방향을 향해 공을 치며 나아간다. 오히려 공이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의 마무리에서는 보통 짧은 길이와 둔한 각도를 가진 늦은 숫자의 채들이 제 역할을 한다. 


짧은 골프채를 휘둘렀다. 제대로 채에 맞은 공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숫자나 등급이나 길이나 각도에 따른 서열 없이 다들 하늘에 힘차게 높거나 멀리 흰 공 같은 꿈을 마음껏 쏘아 올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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