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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l 06. 2019

가난한 청년들 : 기우와 알라딘

가난과 신분 극복기 기생충과 알라딘

[두 영화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생충과 알라딘. 두 영화를 비슷한 시기에 재미있게 보았다. 한 영화는 씁쓸했고, 다른 한 영화는 흥겨웠다. 상영 시기가 겹쳐 두 영화 중 무얼 볼까 고민하는 이는 있겠지만,  영화들은 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봉준호와 디즈니라니...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니 뭔가 서로 통하는 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두 영화를 대놓고 비교해본다. 억지라고 뭐라 해도 상관 없다. 사실 억지니까.

두 영화에는 가난한 청년이 등장한다. 이름은 기우와 알라딘. 직업은 무직. 굳이 말하자면 알라딘은 전문 소매치기되겠다. 두 청년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신분을 속이게 된다. 기우는 생계를 위해, 알라딘은 사랑을 위해, 각각 명문대생과 이웃 나라 왕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입한다. 평소 같으면 들어가 보지도 못할 그곳으로.

둘 다 주위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기우는 동생이 만들어준 명문대 재학증명서가 있었고, 알라딘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왕자로 완벽하게 꾸며주었다.


영화 '시월애'에서 그랬다. 세상에 숨기지 못하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기침, 가난, 사랑. 청년들가난을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 좋지 않은 냄새는 보통 아래에서 올라온다. 지하방에서 몸에  냄새를 기우는 어쩔 수 없었다. 옥탑방에 사는 청년 알라딘은 그 부분에서는 좀 나았다. 게다가 아래 시장에는 각종 향료가 넘쳐나지 않던가. 그래도 좀도둑으로 살아온 그가 왕궁의 격식을 흉내 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불쌍한 청년의 범주에 램프의 요정 지니도 포함된다. 램프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누가 램프를 문지르건 무조건 그의 말에 복종하여 소원을 들어주어야 하는 절대 ''인 존재. 주체적 삶이 불가능한 가엾은 청년 요정 지니. 알라딘의 도움으로 축축한 지하에서 벗어나 사막의 뜨거운 햇볕 아래 즐거워하는 모습은, 돈이 다리미라며 박 사장 집 넓은 거실에서 구김살을 쫙 펴고 웃던 기우네 식구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폭우가 내린 후 푸른 정원에서 맑은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에 감탄하던 박사장 부인처럼, 공주와 알라딘이 양탄자 위에서 'Whole New World'를 노래하며 내려다보는 아그라바 왕국은 아름다웠다. 위에서 보면 복닥복닥 하고 신산스러운 삶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박사장 집이나 궁전에서 보면 아랫마을이 물에 잠기는지 어린아이들이 주림에 구걸을 다니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부자가 착하더라도 그 한계는 있다.

알라딘이 해피앤딩으로 마무리하는 데는 원숭이 '아부'와 램프의 결정적 도움이 있었다. 기우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가족이 있었고 램프 대신 '산수경석'이라는 멋진 돌이 있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결정적 순간에 기우의 뒤통수를 친다. 기우에게는 계획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게 어떤 계획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알라딘과 기우는 결국 딸 의 마음을 빼앗는 데 성공한다. 재스민 공주와 다혜 학생. 아버지 술탄은 알라딘이 왕자가 아니고 천민임이 탄로 났음에도 공주와 자신을 구한 알라딘을 받아들여 딸과 결혼을 허락한다. 반면 박사장은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만약 별 일 없이 다혜가 좋은 대학에 합격했더라과외선생 기우가 명문대생이 아니었다 해도 박사장은 기우를 다혜의 연인으로 받아들였을까?

기우의 아버지는 결국 예전 지니가 램프에 갇혀있듯 박 사장 집 지하에 갇혀 나올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기우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나 어찌할 수 없다. 돈을 벌어 구한다고 하지만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답답하다.


혹시 산수 경석이라도 문질러 지니를 불러낸다면, 그래서 기우의 소원을 들어 아버지를 구출하고 가난을 벗어날 수 다면, 그래서 알라딘의 결말처럼 다 같이 흥겹게 춤을 출 수 있었다면 영화가 씁쓸하지 않았을까? 비현실적 결말이라 불편했을까? 이 글만큼이나 억지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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