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기잇" 쇠딱따구리가 작은 소리로 울었다. 몸집이 작고 회색빛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새 한 마리가 벚꽃 줄기를 쪼고 날아올랐다. 수수한 색의 쇠딱따구리는 둥지를 지을 때 가장자리까지 차분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한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더라도 섬세한 마감을 추구하며 자연을 섬기는 건축가를 닮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집 한 채를 짓고 산다. 아오쿠리 마을의 여름 별장처럼 마음속 집도 시간이 흐르며 증개축이 계속된다. 크기는 점점 커지지만 조금씩 낡아가게 된다.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각기 다른 마음집이 있는데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끔씩 문을 활짝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고 새는 곳을 손질한 집은 마음이 편히 깃들고 다른 생각들도 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지만, 오랜 방치 끝에 곰팡내가 나고 잡초가 무성하여 마음이 제대로 쉴 수 없는 마음집도 있다.
건축물이 사용에 견디는 사용 가능 햇수가 있듯이 마음집도 그렇다. 조금씩 상하고 낡아가기 마련이라서 적절한 개수, 증축, 설비 교환이 필요하다. 마음에 비가 자주 많이 내린다면, 혹시 물기가 새어 나오지 않았는지 벽을 잘 살펴 찬찬히 더듬어 보고 후지사와 씨 집 지붕처럼 올라가서 걸어볼 필요가 있다. 낙엽송 나뭇잎이 구석에 쌓여 마음이 부식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외부에서 함부로 마음 창틀을 뜯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야마구치 씨 집 창틀을 수리하듯 창 앞에 산초나무도 옮겨 심고 이중창으로 바꿔주면 좋겠다.
마음의 집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은 평면도만으로 되지 않는다. 가와라자키 씨는 단면도나 모형을 만들어 보고 입체적으로 집을 파악했다. 이차원이라는 기준으로 단순화시키면 마음이 어느 문으로 어떻게 드나드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와 펜과 노트를 들고 가서 직접 재보고 스케치를 해보면 문손잡이에서 부터 느껴질 것이다. 사카니시가 아스카마야 교회를 실측하듯 봉싯한 마음의 굴곡을 하나하나 쓰다듬어 보면서 이 마음집이 누구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마음집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다나자카 경전철을 타고 가듯 느릿느릿 올라가다 보면 아사마산이 왼쪽으로 보였다 오른쪽으로 보였다 하면서 방향감각을 놓치기도 한다. 산길에는 부푼 흙내와 꽃향내가 우리를 감싸고 연못 근처에서는 빛이 없는 밤에 수많은 반딧불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마음 풍경 속 집은 큰 지진과 화산에도 끄덕없이 서 있을 만큼 위압적이거나 견고하지 않고 딱 마음이 살 수 있을만큼 단단하다. 집이 서 있는 땅속에는 토석류와 화산재가 묻혀있어 불에 탄 들판을 극복하고 태양과 비를 벗 삼아 숲을 키워냈음을 알 수 있다.
숲길에서 "기잇" 하고 쇠딱따구리가 날아올랐다. 마리코가 내 오른팔을 잡고 같이 새를 바라보았다. 나는 쇠딱따구리처럼 팔을 타고 내려온 마리코의 손을 확인하듯이 쥐었다. 서로의 마음집으로 가는 길이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