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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손잡이는 잡고 가실게요
지구가 태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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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Jul 19. 2019
어릴 때는 몰랐습니다. 태양은 당연히 아침이 되면 뜨고 밤이 되면 지는 건 줄 알았습니다. 태양이 아침과 밤을 만드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여름엔 너무 덥다고 겨울은 너무 춥다고
불평했습니다.
더위와 추위의 반복이 내가 비스듬히 서있어서 그런 건지 몰랐습니다.
그런 기울어짐으로 태양이 계절을 만들어 나를 단련시키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태양에 등 돌리면 밤이 되었습니다. 사실 밤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몰랐습니다. 소곤소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달빛이 알고 보면 태양빛이었음을, 달이 태양빛을 반사하고 있는 것임을.
태양은 달을 통해 밤에도 나를 비춰주었음을.
굳이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바라보면 눈이 부시다는 핑계로.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오히려 좋아했고, 태양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구름도, 나무도 모두
태양이 만들어 놓은 것임을.
태양 주위를 50바퀴 가까이 돌다 보니 이제 조금 알겠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너무 뜨거우니까 태양은 일부러 다가서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었음을. 적당히 떨어져 바라보며 나를 응원했음을. 항상 나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보내주고 있었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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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삶을 지탱하고 응원하는 손잡이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24년 3월 에세이 '의미의 발명'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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