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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Nov 04. 2019

사진 잘 나왔네

사진을 찍는다. 풍경을 이차원 사각틀 안으로 불러와 셔터를 지그시 누른다. 지나던 시간이 찰칵 소리에 깜짝 놀라 그대로 멈추어 담긴다. 생각대로 담겼나 확인한 후에 그제야 음식을 먹기 시작하거나 다른 곳으로 시선이나 공간을 옮겨간다. 지금 같은 경험이 앞으로 또 있던지 아니면 앞으로는 없더라도, 사진이 지금의 좋은 기억을 소환해줄 거라는 믿음에 마음을 놓게 된다.  

디지털 사진 이전에는 사진을 찍고 확인할 때까지 며칠이 걸렸다. 필름을 고 사진관에 가면 선택해야 했다. '잘 나온 것만' 아니면 '무조건' 뽑을 것인지, '한 장씩' 또는 '인원수대로' 찾을 것인지. 사진을 손에 쥘 때 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당시 카메라를 챙겨 찍는 사진은 주로 졸업식이나 단체 여행 같은 행사 사진이라서, 빛이 들어가거나 필름이 헛돌아 통째로 날리는 일이라도 생기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봉투에 두툼하게 무사히 사진을 받아오면 서로 돌려보며 잘 나왔네, 눈 감았네 같은 말 한마디씩 하고 나서 사진을 나누어 각자 앨범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그때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사진은 여간해서 찍지 않았다. 거기가 어딘지 알만한 풍경뒤로하고 '하나 둘 셋'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럿이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 갔었네' 하는 증명사진이라서, 얼굴은 꼭 알아보도록 나와야 했다. 필름 사고 사진 뽑는 게  돈 드는 일이라는 생각에 혼자 사진도 별로 찍지 않았고, 경치만 허투루 찍을 수는 더욱더 없었다. 혹시 사진 속에서 눈을 감고 있거나, 손떨림으로 사진이 흔들려 나왔으면 그만큼 마음이 찢어졌다.

요즘엔 굳이 풍경이나 사물, 음식 주변에 사람을 두고 찍지 않는다. 람을 찍더라도 예전처럼 풍경을 뒤통수로 바라보는 사진이 아니다.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즐기는 사진을 찍으려 한다. 사진의 용도가 예전에는 중요한 일을 담아 보관하고 있다가 친한 이들에게나 앨범을 보여주는 개인사 기록 수단이었다면, 요즘에는 널리 보여주기 위한 공개 사진첩 또는 개인 사진 전시회 같은 의미가 더 강해졌다.

SNS 공간 속에 들어가 보면 멋진 풍경이나 잘 플레이팅 된 음식, 그것들과 함께한 내가 알거나 모르는 이들의 생활을 만난다.  때는 뭘 저렇게 자랑하나 하는 시샘 어린 시선으로 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들도 나처럼 SNS에 담긴 시간 뒤편에 신산하고 고단한 삶이 같이 흐르고 있을 것이라서, 소중한 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으로 담아 올리며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풀고 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나도 그들이 찍은 사진 속 멋진 풍경이나 밝은 모습을 보며, 그들이 잘 견디고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는다. 그리고, 서로 응원의 하트나 좋아요를 힘차게 누르고 댓글을 달며, 각자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우렁찬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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