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도 Feb 14. 2020

서툴기 마련이다

요즘엔 일하면서 서툰 사람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업무로 접하는 이들 대부분은 이미 프로인지라 행동은 대개 빈틈없으면서도 여유롭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야 그나마 서툰 사람들 본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의 서툰 모습은 나름 정겹기도 해서, 보통은 좀 불편해도 그냥 이해하고 넘긴다. 서툰 게으름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일은 서툴기 련이라서, 서툴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냥 하던 일만 하면 서툴 일도 없지만 새로 배울 기회도 없기에, 서툰 것은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그래서 서툰 것을 지켜보는 시선은 부드러워야 한다. 마치 아이가 첫걸음마를 떼는 것을 대견스럽게 지켜보는 것처럼.

영화 '일일시호일' 스틸컷 (출전 : 네이버 영화)

영화 ‘日日是好日’에서 다도를 처음 배우는 주인공 노리코는 처음에는 실수 투성이다. 순서를 까먹고 차를 흘리거나 발이 저려 쓰러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점점 다도의 동작이 몸에 붙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나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며 노리코는 더운물과 찬물이 내는 뭉근하고 청량한 소리를 구별하며 다도가 전하는 삶의 자세를 차분히 익혀간다.


‘Helicopter Parents’. 아이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돌보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엔 그 부모들이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Lawnmower Parents’ 또는 ‘Curling Parents’라는 말이 생겼다. 잔디깎이로 아이 앞에 미리 길을 내거나, 컬링 경기처럼 아이 앞에서 얼음을 미친 듯 문질러 길을 매끄럽게 는 부모의 모습이 떠오른다. 길게 자란 잡초로 덮인 길이나 고르지 못한 얼음 위에서, 서툰 아이들 스스로 개척하는 과정을 넉넉히 지켜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한다.

우리는 세상에 나오는 일조차 서툴러 울면서 태어났다. 새롭게 하는 일은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겪으면서 익숙해진다. 풀을 깎아 길을 내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은 자라고, 열심히 스위핑 해서 센터에 갖다 놓은 스톤은 다른 스톤에 밀려 밖으로 튕겨 나간다. 계속 풀을 깎고 얼음을 문질러 줄 수 없다면 이제 그만 그런 일은 멈추고 스스로 서투름을 극복하는 법을 배울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서툴어야 더 자란다. 서툰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