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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n 10. 2020

 단지 꿈 쪽으로

사람이란 본래 욕망 덩어리에다 습관 덩어리다. 욕망과 습관이 모여 한 사람을 이루는데, 그 둘은 보통 같은 편이 아니다. 무엇인가 이루려 끊임없이 욕망하지만 습관에 익숙한 몸은 잘 따르지 않는다. 멋진 몸매를 갖고 싶으나 운동은 힘들어서 싫고, 손은 이미 냉장고를 열고 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으나 입에서는 잔소리가 흘러나오고, 아이는 이미 문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보통 반복된다. 반복되니 습관이 된다.


습관은 꿈과 현실을 연결하는 길이다. 꿈을 이루려면 현실에서 좋은 습관이 꿈 쪽으로 길을 내야 한다. 꿈이 서쪽에 있다면 해가 지는 방향을 따르고, 북쪽에 있다면 북극성을 찾아 길을 잡아야 한다. 길 위에 출몰하는 장애물이나 부딪히는 사람들로 길을 헛갈리더라도 해나 별을 살펴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그러나, 하늘을 바라볼 틈이 없어 일반적으로 습관의 길은 꿈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


'만다라 차트'라는 생각 정리법이 있다. 중심을 기하학적 모양으로 둘러싼 만다라 모양 차트의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간다. 핵심 주제와 관련된 소주제를 정리하며 딸린 내용을 적는다. 만들다 보면 생각이 밖으로 퍼지고 중심으로 모이면서 생각이 정리된다.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지금의 꿈을 이루는 도구였다고도 한다.


만다라 차트를 만들어 볼 기회가 생겼다. 차트 중심에 '나의 꿈'이라 적고, 건강, 취미, 여행, 직업, 가족, 영혼, 여유, 작가, 취미 등 꿈을 구성하는 소주제와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꿈도 다양하고 할 일도 많구나 생각했다. 꿈을 이루려면 습관을 돌려 꿈 쪽을 향해 길을 잡아야 했다. 습관은 강한 복원력이 있어 세게 당겨넣아도 조금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꾸준히 당기고 있어야 습관이 나를 따라. 하늘을 살펴 길을 찾듯이 가끔씩 만다라 차트를 챙겨보면 도움이 되지 싶었다.  

꿈은 이루는 것이고 욕망은 채우는 것이라 했다. 만다라 차트를 만들면서 한편으로 내가 꿈이라고 쓴 내용 중 많은 부분이 꿈이 아니라 욕망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욕망은 부족함의 자각에서 출발한다. 현실에서 부족한 틈을 발견하여 우려고 하는 것이 욕망이라서, 이미 아흔아홉 개를 가지고 있어도 하나를 더 채우고 싶다. 꿈은 다르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 꿈은 부족함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만다라가 지향하는 꿈은 완성보다는, 조화와 연관성의 자각에 있다. 자유 영혼으로 살겠다는 꿈과 좋은 아빠가 되려는 꿈은 모순 관계가 아니라 조화로운 관계다. 굳어진 습관을 돌려 꿈을 향해 가는 길에서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슬슬 걸으며 완벽하지 않음을 지향하겠다. 단지 꿈 쪽으로 방향을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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