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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an 07. 2021

티 내는 것과 척하는 것

130억 원이라고 했다. 스타강사 한 명이 인터넷 방송에서 자신의 통장 중 한 개의 잔고를 공개했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연봉이 100억 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건물이나 자동차도 많이 가지고 있고, 기부도 꽤 많이 하고 있단다. 물론 스스로 노력으로 얻은 결과이고, 아마 세금도 꼬박꼬박 낼 것이며, 그 정도 수입을 얻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관련 기사를 보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얼마 전 또 한 명의 스타강사 출신 방송인도 이슈가 되었다. 그는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하였으나 대학원에서 역사 교육학을 공부하고 사교육 시장에서 한국사 강의로 이름을 날렸다. 방송에 진출하여 뛰어난 언변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나, 유명세를 바탕으로 전공 분야가 아닌 세계사나 음악사까지 손을 대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는 대학원 논문 상당 부분이 표절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티 내는 것'과 '척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한 사람은 실제 부자라서 학생들 앞에서 마음껏 부유한 티를 냈고, 한 사람은 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자기 글이 아닌 것을 직접 쓴 글인 척했다. 보통, 척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말이나 행동이 거짓이냐 진실이냐를 보면 구별된다. 거짓이 들어있으면 척하는 것이 된다. 티 내는 것은 좀 다르다. 그의 티 냄에 공감하는지 아니면 불편한지에 따라 '티'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달라진다.    

스타 강사가 아닌 우리 일상은 척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싫어도 괜찮은 척, 우울해도 즐거운 척, 안 웃겨도 웃기는 척... 얼마 전 본 영화 '잔칫날'의 한 장면이다. 무명 MC인 주인공은 아버지 발인을 앞두고 장례비를 벌기 위해 여동생 몰래 장례식장에서 빠져 나온다. 찾아간 곳은 선배가 소개한 페이 높은 지방의 팔순 잔치 행사장. 그곳에서 그는 신나는 척 춤추고 재롱 피우며 행사를 진행한다. 영화는 씩씩한 남매에게 희망의 여운을 주며 끝나지만, 코로나 때문에 온갖 행사가 다 끊긴 요즘 같은 상황에 영화 속 그 착한 청년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걱정이 된다.


Flex라는 말이 유행한다.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재력을 마음껏 자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솔직하게 보여주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힘든 사람들 많은 요즘 같은 시절에는 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티'를 내는 것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면 좋겠다. 나는 우리 아이들, '정말 잘 가르치는 강사'에 의존하여 공부하는 아이들, 언젠가는 정답을 콕 집어주는 이 없는 삶을 헤쳐가야 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만큼 많이 벌어서 저도 Flex 하고 싶어요."라는 꿈을 가지기 바라지는 않는다.


정말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함부로 척하지 않고 진실하면 좋겠다. '자랑'이라는 말은 동사로 사용하기보다는 그냥 '자랑스럽다'는 형용사로 만족하면 좋겠다. 티 내지 않고 척하지 않는 삶이길 바란다.


(사진출처 : 서울신문,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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