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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an 17. 2021

체감 온도를 지키는 방법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 들어가려면 체온을 잰다. 열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 위험하지 않다는 증명처럼 쓰인다. 살면서 이렇게 자주 체온을 재본 적은 없었다. 아플 때나 재던 체온을 매일 같이 재는 상황인데, 겨드랑이로 체온계를 한참 데워서 체온을 재던 시절이었으면 어쨌을까 싶기도 하다.  


체온을 통해 몸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항온 동물이라 가능한 일이다. 사람 몸의 온도는 바이러스 침투 같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심하게 열 받거나 땀나게 일한다 해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커피나 라면처럼 추운 곳에 내놓는다고 금방 식지도 않는다. 따뜻한 피가 온몸을 돌며, 더우면 땀을 내고 추우면 피부 혈관을 축소하여 적정 체온을 지킨다. 체온 유지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그 덕분에 사람은 지구 곳곳에 퍼져 살 수 있었다. 포유류나 조류 같은 항온 동물은 털이나 깃털로 체온 유지를 돕지만, 사람들은 옷을 만들어 입고 불을 피워가며 추위를 견뎌왔다.

날씨가 추워지며 체감 온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체감 온도는 기온에 풍속을 감안한 식으로 계산되는데, 같은 속도의 바람기온이 낮은 상황에서는 체온을 더 많이 빼앗아간다. 초속 10미터의 바람은 영상 5도의 기온을 체감 0도로 낮추지만, 기온이 영하 10도일 때는 체감 온도를 영하 20도로 만든다. 그래서, 추울 때 맞는 칼바람은 몸에 더욱 시리게 느껴진다. 그와 마찬가지로, 태풍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금융위기 같은 것이 닥쳐올 때도, 그 체감은 균일하지 않다. 상황이 취약한 곳일수록  피해를 많이 입고 더욱 디기 힘들다.  


같은 체감 온도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 엄청 춥다는 예보를 듣고 나섰는데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은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겪는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러시아의 오이먀콘 같이 1월 평균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에서도 많은 이들이 그럭저럭 생활하는데, 대만에서는 최근 한파로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갔다고 이틀 동안 백여 명이 추위로 인해 숨을 거뒀다. 겪어보지 못한 일을 무방비 상태로 견디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래.' 하며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요즘이다. 미처 대비할 겨를도 없이 불어닥친 역병의 낯설고 거친 바람에, 추위는 각각 상황에 따라 다른 온도로 체감된다. 주변 온도 변화가 심해지면 몸이 체온 유지를 위해 온갖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처럼, 마음은 급격한 상황 변화에 일상을 유지하느라 정신 에너지가 방전되어 다.


체온 유지는 개인의 일이지만 일상 유지는 공동의 일이다. 사람은 어떻게든 36.5도의 체온을 유지하는 따뜻한 존재다. 몸을 채워도는 피의 따뜻함으로 더운 체온을 유지하듯, 마음은 그를 채우고 있물로 인해 따뜻하다. 그래서, 눈물이 메마른 마음은 그냥 차갑다. 을 다치면 피가 나며 아물듯, 마음의 상처는 따뜻한 눈물로 치유된다.


자연은 항상 균형을 추구한다. 높은 곳의 물체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농도가 짙으면 옅은 곳으로 퍼지며, 주변과 열의 차이가 있으면 서로 주고받게 되어있다. 세상에 대강 견뎌지는 추위가 있지만 사람에 따라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추위를 겪기도 한다. 몸이 적정 체온 유지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마음만큼은 서로 일상의 따뜻함을 지켜주려는 노력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눈물 한 방울은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이고, 진한 연대는 주위로 퍼질 것이며, 변하지 않는 사람의 체온도 주위의 체감 온도를 조금 높일 만큼은 된다. 주변이 따뜻해야 나의 체감온도도 따뜻하게 지킬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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