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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Apr 26. 2021

생일 아침, 오랜 친구 둘

네이버와 스타벅스

생일날 아침. 가장 먼저 생일을 축하해 준 이는 네이버였다. 생일 케잌 그림과 함께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초기 화면에 걸어놓았다. 사실 네이버는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와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결혼 이듬 해인 2000년 여름에 둘이 미국 서부로 자유 여행을 다녀온 후, 그때 많이 쓰던 홈페이지 제작 툴인 '나모 웹에디터'로 여행기 홈피만들고 도메인도 사서 링크를 걸었다. 무려 닷컴 도메인! (kbsfn.com인데, 그동안 낸 유지비가 아까워 아직도 보유 중이다.) 

(네이버가 띄워준 생축 메세지)

그때, 검색 사이트에 홈페이지를 노출시키고 싶어서 방법을 알아보았다. 검색 사이트에 홈피 링크를 걸어 등록 신청을 면 담당자가 살펴보고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래야지 검색하면 사이트에 노출이 되었다.  당시 잘 나가던 검색사이트 야후, 라이코스, 엠파스, 한미르였던가에 신청을  넣었지만 모두 거부당한 상황에서, 그때 신생 기업이던 네이버가 유일하게 승인을 해주었다. 그래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당당히 홈피가 떴고, 얼마나 기뻤는... 그 홈페이지는 이후 네이버 블로그로 옮겨와서 지금2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2000년에 만들었던 여행기 홈피)

오늘 아침 일찍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다. 주문을 위해 앱을 켰더니, 스벅이  번째로 생일을 축하해준. 역시 케잌 그림과 함께 축하 메시지가 떴다. 이 친구가 네이버보다 좀 나은 점은, 말로만 축하한 게 아니라 생일 축하 커피 쿠폰을 한 장 슬쩍 넣어주었다는 점이다. 이 친구도 나랑 인연이 있다. 이른 아침 자주 들러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곳이라는 친숙함이 있지만, 그보다 더한 인연은 나랑 동갑이라는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1971년에 미국의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스타벅스 냅킨에는 Since 1971이라고 쓰여있고, 올해 한참 50주년 기념 MD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스타벅스 앱이 보내준 축하 메세지)

타벅스의 'Since 1971'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나는 4월생이지만 어찌어찌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동창들 보다는 보통 한 살이 어리고, 1년 후배들과 나이가 같다. 뭐 굳이 사실을 밝히고 다니지는 않았는데, 3년 전에 무심코 페북에다가 스타벅스가 나랑 동갑이더라 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댓글이 달렸다. 고향 1년 후배의 댓글. "앗.. 오빠가 저랑 동갑이셨어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억울한 톤이 있었다. '오빠'와 '동갑'이라는 단어의 부조화라니... 이어진 댓글창에 드디어 4반세기 만에 밝혀진 진실이라니, 이것은 역대급 반전이니 등등 말들이 이어지며 좀 시끄러웠다. 그나마 생월이라도 내가 빨라 다행이었는데, 아무튼 스타벅스가 만들어준 추억이었다.

아침 일찍 두 오랜 친구들을 시작으로, 오전과 오후 동안 카톡이나 페북으로 축하의 말과 글, 소소한 선물들을 많이 받았다. 다들 너무 고맙다. 태어난 날을 축하받는다는 것은 삶에 대해 존중받는 것 같아 좋다. 오늘, 살아온지 딱 50 되는 날을 보내는 마음이 좀 싱숭거렸다. 누가 보면 꽤 많이 살았다고 할 것이고, 또 누가 보면 아직 좋을 때인 시절이겠지만, 사실 스스로 그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기는 하다. 백 살을 산다고 보면 아직 절반. 다만 밝고 담담하게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뜻깊은 오늘 생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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