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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Sep 28. 2021

충전하는 하루

"드르르드드륵" 흐린 어둠 속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잠결에 알람을 끄고 눈을 감았는데 아침은 금방 다시 알람을 울린다. 세상에서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 세 가지는 사랑, 이별, 그리고 시간. 그중에 제일은 시간이구나, 실감하며 침대에 붙은 등을 떼어낸다. 등이 떨어지며 쩍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휴대폰을 보니 배터리 잔량이 바닥이다. 아, 밤새 충전기에 제대로  꽂혀있었나 . 회사에 가서 충전해야겠다. 제대로 잔 것 같지 않게 오늘따라 몸도 발걸음도 무거운 출근길. 핸드폰과 나, 방전된 둘이 사이좋게 함께 회사로 향한. 회사에서 각자 자리에 꽂아놓으면  충전이 될까.

회사들어가려면 꼭 바라보아야 하는 것. 열감카메라가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넨다. "정상입니다." 사실 오늘 몸과 마음은  아니다. 정상(正常)도, 정상(頂上)도 아니다. 몸은 왠지 찌뿌둥하고 마음은 반지하쯤에 가있. 어쨌든 문지기가 괜찮다 얼른 들어가자. 돌이켜보면 한때 자존감이 바닥이시절, 위로를 보낸 것은 앞에 설 때마다 변함없이 물을 내려주는 소변기였다. 그래 너는 차별 없이 대해 주는구나. 다정하지는 않아도 무시하지 않는 사물 위로가  때가 있.


마음은 자존감이 담기는 그릇이다. 작은 구멍이라도 나면 물이 새며 수위가 낮아지듯, 음에 상처가  자존감 주변 마음 수위도 점점 낮아진다. 자존감이 외부 자극에 취약해지면 퉁명스러같은 것이 툭치고 지나갈 때 많이 아프다. 그래서 마음의 수위를 정상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충전의 시간이 가끔 필요하다.

금요일이면 퇴근길에 한강변을 따라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다. 가다 보면 잠원 한강공원쯤에서 강변에 떠있는 커피숍이 있는데 그곳에서 음료를 마신다. 음료 기본 사이즈가 Tall에서 시작하는 . Small이나 Regular라고 하지 않아서 좋다. 내가 한 주일을 어떻게 보냈더라도, 금요일의 나에게 '기본은 하고 있잖아. 너, 그 정도면 Tall이야. 잘 크고 있는 거지.' 하며 위로를 보내는 것 같. 한 단계 높여 Grande 사이즈라도 마시면 마음이 조금 웅장해지는 기분도 든다.

그곳에 도착할 때 보통 해가 지는 시간이라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숨을 돌린. 음료 한 컵과 강물을 비추는 붉은 노을빛 마음을 어루만지며 한주일 동안 방전된 마음이 점점 차오른다. 충전의 시간 매일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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