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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an 05. 2025

두드리는 마음

"두두두두두두두"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연말부터 회사 건물 앞 조형물 주변 바닥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1층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그곳으로도 소음이 넘쳐 들어왔다. 드릴 같은 큰 장비가 시멘트 바닥을 강하게 두드리면 단단한 바닥이 파이처럼 결 따라 조각나며 회색빛 먼지가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하는 공사장 구경. 단단한 것을 부수려면 결국 계속 두드려 균열을 내는 방법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인류 역사는 두드리면 깨진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시작했다. 돌을 두드려 깨어 도구를 만든 구석기로 시작하여 수십만 년 지나서 돌을 갈아 만든 신석기시대가 시작되었다. 구리를 틀에 녹인 청동기를 거쳐 철기 시대에 와서는 무쇠를 불로 달구어 두드렸다. 철은 두드릴수록 탄소 같은 불순물을 덜어내며 단단해졌다. 어릴 때 모래로 두꺼비집을 만들 때 손을 빼도 단단한 새집이 되길 바라며 한참 두드렸다. 빵을 만들 때는 반죽을 계속 치대며 두드려야 묵직한 찰기를 지니게 된다. 두드리면 깨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물은 더 단단해진다. 많은 경우 두드려서 쓸모를 찾는다.    

주말 아침 아이들 방에서 "짜자자작 토도도독" 소리가 들린다. 외출하기 전 로션 바르고 얼굴 두드리는 소리. 두드려서 잘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겠지. 젊은 볼살이라 소리가 큰 걸까 싶다. 옛날 어머니는 다듬잇돌에 이불 천이나 옷감을 놓고 방망이로 두드렸다. 그래야 옷감 주름이 펴지고 조직이 살아났다. 나는 가끔 주위 사람들의 어깨나 등을 툭툭 두드린다. 내 응원이 그들에게 잘 스며들어 마음의 주름을 펴면 좋겠다 생각한다.

 

두드리는 일에는 염원을 담는다. 스님은 목탁으로 해탈을 염원하고, 응원단은 승리를 기원하며 북을 치고 응원봉을 두드린다. 문을 두드리는 일도 어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글을 쓸 때 나는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린다. 글을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마음은 깨지고, 어떤 마음은 덜어지며, 어떤 마음은 단단해짐을 느낀다. 그렇게 내가 쓰는 어떤 글이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려 조금은 스며들길, 바닥 공사를 마친 것처럼 좀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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