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보다 조금 더 담아드렸어요" 둥그런 종이통에 여러 아이스크림을 꾹꾹 눌러 담고 무게를 달아 건네며 가게 점원이 덧붙였다. 제한된 통 크기에 더 넣어봐야 얼마나 될까 싶어도 기분은 좋았다. '덤'이라는 말이 있다. 과일이나 붕어빵이나 살 때 조금 더 얹어주는 것. 얼마 안 되더라도 덤은 그 양 이상으로 좋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카페는 아이스 음료를 시키면 둥근 뚜껑 위로 차오르도록 가득 담아준다. 딸은 그게 좋다고 그 집만 간다. 일본 요릿집에 가면 네모난 나무 받침에 잔을 놓고 사케를 넘치도록 따라준다. 이것을 '못키리'라고 하는데 풍요와 환대를 상징하는 문화라고 한다. 잔에 찰랑거리며 봉긋하게 솟은 술 모양을 보면 마음도 봉긋해지는 느낌이다. 조금만 더해져도 마음은 훨씬 크게 부푼다.
"자자, 이제 세 번만 더 해요. 마지막 한 번만 더." 피트니스에서 PT를 받을 때면 트레이너는 항상 이런 주문을 반복한다. 정말 힘들어 죽겠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있는 힘을 다해 꾸역꾸역 해낸다. 근육이 진짜 강해지는 순간은 그전에 열 번 무게를 들 때보다 바로 그때부터라고 했다. 근육은 지치고 손상을 받기 시작하면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새로운 근세포를 만들기 시작한다. 여러 곳에서 조금만 더 하는 일은 효과를 낸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티가 난다. 할 일만 딱 했는지, 짚어야 할 것을 소홀히 했는지, 조금 더 고민했는지. 기본보다 조금 더 짚은 글을 보면 빛이 난다. 바쁜 여러 일을 처리하는 중에 그렇게 하는 이가 많지 않아 더 그렇다.
대화방에 부모님 부고가 뜨는 일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이 꼬리를 물고 올라올 때, 나도 그것과 똑같이 꼬리를 달고 계좌를 확인하여 부조금을 송금하고 끝내곤 했다. 그러던 내가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나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혹시 문상을 못 가더라도 가능하면 꼭 개인 메시지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상주 입장에서는 문자만 따로 받아도 유독 고맙다.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물이 기체가 되는 변화는 100도에서 비로소 시작한다. 기본은 대개들 하지만 거기다가 조금만 정성을 보태면 변화가 시작되는 마법이 있다. 보고 싶다 연락 한 번 더 하고, 손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혹시 필요한 것 없는지 물어보는 마음을 쓰는 시간. 세상에 써도 써도 줄거나 닳지 않는 것이 있다면 마음이다. 오히려 자주 퍼내어 쓰지 않으면 오랜 우물처럼 말라버리기도 한다.
'덤'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받거나 생각지도 않던 좋은 일이 생긴다. 살면서 어떤 일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하면 그게 덤이 된다. 봄이 오고 날씨까지 좋으면 덤과 같은 나날이고, 아이들이 건강한데 성격도 밝다면 덤과 같은 아이들이다.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을 가지면 덤을 전하는 일이 되고, 조금만 더 기대를 낮추고 너그럽게 바라보면 많은 일들이 덤으로 느껴진다. 그러면 삶의 마지막까지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