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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마음

by 그래도

한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열댓 명 단톡방 사람들 중 보통 예닐곱 명 정도가 격월로 모인다며 그중 한 명이 나를 초대한 것이다. 첫 모임 책은 <악마와 함께 춤을>이라는 책이었다. 부제가 '시기, 질투, 분노는 삶에 어떻게 거름이 되는가'인책인데, 우리가 흔히 부정적 감정이라고 칭하여 없애고자 하는 마음의 필요성에 대해 다룬 책이었다.


모임에 가보니 주로 책 내용과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여느 독서 모임과는 달랐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들이 주로 모인 그 자리에서는 회사에서, 연애할 때, 또는 부모님과의 다양한 감정을 각자 풀어냈다. '그래서 회사를 옮겼다', '2년 사귄 애인과 헤어졌다', '아빠와 갈등 중이다' 같은 말들이 자연스레 오가는데 그 표현이 진솔해서 십분 이해되었다. 보통 독서 모임을 진행할 때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책에 비춘 경험에 대해 묻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그것과 달리 그냥 스스럼없이 자진해서 자기 마음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 좋았다. '그렇게 마음을 스케치하듯 이야기한 지 너무 오래되었네' 생각이 들었다.

친숙하지 않은 모임에서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면 나는 종종 깨닫는다. 내가 무엇이 모자란 지 내가 앞으로 무엇을 더 노력해야 할지 같은 것. 돌이켜 보면 나는 말을 하고 후회한 적보다는 말을 안 꺼내고 지나간 뒤 후회한 적이 더 많았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말을 꺼내어 부딪히면 좋건 어색하건 내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 텐데 그렇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일인데도 지레 두려워 얘기 못하고 혼자 상황을 넘기는 것이 삶의 지혜인 것처럼 행동했다. 마음의 모난 부분이 있을 때 그것을 혼자 잘 깎아내고 사는 것이 성장인 것처럼 지냈다.


마음은 그냥 울퉁불퉁하다. 온갖 다양한 감정이 섞여있다. 그런 마음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것은 깎이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래야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딪히고 다녀야 내 마음이 이렇게 모가 났구나 하며 이해하고 다른 마음과 비비며 맞춰가는 법을 배운다.


"이대로 난 모진 사람이 된 것 같아. 이 걱정의 말을 해. 내가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볼까. 모진 구석 하나 없구나...... 오늘은 곧 사라져 가는 사람들 속에서 아니 더 큰 먼지가 되어온 날. 날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 갇혀도 나는 아직 모질고 거친 거야." (최유리, '동그라미' 중)


노래 가사처럼 모진 구석 없는 사람이 되려다가 커다란 둥근 먼지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둥근 모양이면 모두 다 비슷비슷하다. 재미가 없다. 어딘가 모질고 또 거친 구석이 있어서 마음은 더 개성 있고 소중하다. '모양'이라는 말은 사물에 어떻게 모가 나있는지 뜻하는 말이 아닐까? 그래서 마음의 모양이라는 것은 마음의 어디에 모가 나있는지를 말하는 것이겠다. 모난 마음은 가꾸는 대상이라기보다 이해의 대상이니까. 나의 모난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의 마음은 모가 어디로 나있을까 바라본다면 더 재미있는 삶이 될 것 같다. 다듬지 말자.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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