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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커피콩의 행복

커피를 집에서 내려 마시기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물을 끓이고, 커피콩을 갈고, 물을 천천히 부어 커피를 내리는 과정도 재미있고 다른 종류 커피마다 조금씩 구별되는 향을 느끼는 것도 좋다. 커피콩은 주로 커피 전문 카페에서 사 온다. 주로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케냐, 콜롬비아, 온두라스 같은 나라들에서 수입되고 있다.


커피나무는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잘 자라기 위해서 강한 햇볕과 온화한 기온, 적절한 강수량의 조화가 필요해서 적도 중심 남위~북위 25도 이내의 열대나 아열대 기후 고산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그래서 이 지역을 '커피 벨트'라고 부른다.    

커피 생산량 1위는 브라질인데 의외로 2위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주로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로부스타종을 생산하여 카페에서 보기 어렵고, 주로 판매되는 드립 커피는 세계 커피 생산량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커피콩을 쓴다. 커피나무에서 붉게 익은 커피 열매를 따서 과육과 껍질을 벗기면 씨앗인 생커피콩(Green Bean) 상태가 되고 햇볕에 말려 불에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보는 흑갈색 커피콩이 된다.


커피콩을 핸드밀에 넣고 돌려 간 후 끓인 물을 천천히 부으면 가루가 부풀며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뜨거운 물은 커피콩 가루와 한참을 어울린 후 커피가 되어 한 방울씩 투둑 투둑 서버에 내려와 모인다. 적당히 서버에 커피가 모이면 따뜻한 컵으로 옮긴다.


커피콩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낯선 우리 집을 찾아왔다.


커피 열매는 고향 더운 나라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붉게 익어 말려졌다. 씨앗은 불에 뜨겁게 볶이며 제 향을 품었고 가루가 되어서 뜨거운 물에 그 향을 내주었다. 그제야 커피콩은 비로소 향이 진한 커피가 되어 일생을 마감한다.


뜨거움을 견뎌 만든 자기만의 진한 향기를 가루가 되어서 내어주는 커피콩의 삶. 커피 열매만큼 뜨거운 삶을 사는 식물이 또 있을까? 우리가 커피를 마실 때 행복한 이유는 그 안에 자신의 뜨거움을 전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커피콩의 행복이 녹아 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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