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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자연스러운 감동

천만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는 영화를 보면 이른바 ‘신파’ 영화들이 꽤 있다. 개화기 때 공연된 연극을 ‘신파극’이라고 하는데, 통속적 상업적 연출이 드러나는 류의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래도 안 울래?” 하면서 관객의 눈물샘을 마구 두드리는 영화가 그렇다.


예를 들면, 귀가 잘 안 들리는 홀어머니가 가난을 무릅쓰고 형제들을 키워왔다. 그런데, 소방대원인 큰 아들은 불 끄다 사고로 죽고, 군인인 작은 아들은 신참병을 돕다 총기 사고 의문사를 당한다. 큰 아들은 가난이 싫고 장애인 엄마가 미워 어린 시절 엄마를 죽일 생각도 했었다.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의 영화에 관객들은 아들 생각, 엄마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고 나면 내용에 관계없이, '아!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였다.'라고 기억하며 주위에 추천을 보낸다. 그래서, 신파를 갖춘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다. 슬픔과 감동은 흔히 혼동된다.

  

요리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유명인 중에 요리할 때 설탕을 많이 넣어 '슈가 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있다. 당분은 식욕을 자극하여 평소보다  많이 먹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손님은 식사를 하고 나서 자기가 먹고 난 빈 그릇을 발견하면, '아! 내가 맛있게 먹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 그 집을 맛집으로 생각하며 주위에 추천한다.  


주변에 자극적인 것들이 많다. 언론 기사도 그렇고, TV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짤방, 각종 게임, 맵고 달고 짠 음식들 투성이다. 우리가 쓰는 ‘자연스럽다’는 말에서의 ‘자연’의 느낌은 자극적이지 않은데,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참 많다.


자극적이지 않은 것에 감동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우리를 현혹하는 자극적인 것보다 소박하고 은근한 것들에 대해 잘 느끼고 감동하는, ‘자연스러운’ 감각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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