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도 May 12. 2019

샛길이 생겼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가려면 공용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흔히 그렇듯이 인도와 주차장 사이에는 차가 드나드는 길을 제외하고는 긴 잔디밭 화단이 있었고, 하단에는 가로수와 꽃나무들이 있었다.


출근길 바쁜 사람들이 긴 화단을 돌아 주차장 출입구로 들어가기보다 지하철역 입구로  최단거리 동선을 따라 화단을 밟고 지나면서부터 그곳의 잔디들이 점점 사라져 길이 되었다. 처음엔 그쪽으로 안 다녔던 사람들도 길인가 보다 하고 다닐 정도로 그 길은 점점 또렷해져 갔다.


그곳을 관리하는 쪽에서 처음에는 나무 사이에 줄을 걸어 통행을 막기도 했고, 빨간 고깔을 양쪽에 놓고 이곳이 길이 아님을 알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계속 그 길로 지나는지 화단의 그 길은 좀처럼  옅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진짜 샛길이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 아예 벽돌을 심어 길을 만든 것이다. 길을 막았던 빨간 고깔은 옆으로 치워졌다. 그렇지 이게 답이지 싶었다.

어떤 규칙이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어기면 어기는 사람들을 혼내줘서 지키도록 해야 할지 아니면 규칙을 없애면 어떨지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미리 답을 정하고 밀어붙이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일단 가만히 지켜보고 흘러가는 방향을 보고 정할 건지 생각을 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눌러 담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