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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글의 볼륨

류시화 작가는 화가 난 사람들은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먼 거리만큼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소리를 질러야 멀어진 상대방에 자기의 말이 가 닿는다고 여기기 때문이지만, 소리를 지를수록  가슴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할수록 말의 볼륨을 조금 낮추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일을 풀어가야 한다.


글에도 볼륨이 있다.

볼륨이 높은 글, 마치 상대방에 소리를 지르는 듯한 글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설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무턱대고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다. 말의 볼륨만큼 글의 볼륨도 잘 조절되어야 한다. 특히나 목적이 상대방을 지적하는 글이라면 차분하게 볼륨을 낮추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가까이 다가가서 글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으려 한다. 글의 볼륨을 낮추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하는 배려다.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인 진단은 글의 볼륨을 낮추는데 꼭 필요한 도구다.


밴드 시나위의 데뷔 앨범에 ‘크게 라디오를 켜고’라는 노래가 있다.

라디오 볼륨을 최대로 높여서 다 같이 따라 부르는 것은 서로 마음이 맞은 이후에나 할 일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이 볼륨을 키우고 들어오면 나도 저보다 더 볼륨을 키워서 대응하거나, 아예 상대의 전원을 꺼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하게 되는데, 그건 서로 안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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