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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우산을 쓰는 경우

봄비가 내린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 알록달록 우산의 행렬이 거리를 따라 흐르고 있다. 비를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다들 우산으로 비를 피하는데, 비가 아주 살살 뿌리면 우산을 펴는 사람이 있고 안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우산을 안 쓰고 다니 사람도 우산이 없는 사람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두 종류이다. 그들이 비를 대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같은 비에도 우산이 없는 이는 머리에 손을 얹고 바삐 걷고, 우산이 있는 이는 그냥 들고 여유롭게 길을 걷는다.

차에서 내리는 이는 보통 우산을 펼쳐 든다. 차의 앞유리에는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이 뚜렷이 보여, 보통 와이퍼를 가동하다 보면 비가 실제보다 많이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기에 그 모습을 보는 이도 보통 우산을 쓰게 된다.


일단 우산을 펴면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증폭되어 들리기에 어지간해서는 우산을 접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보면 비가 거의 그친 뒤에도 한참 우산을 쓰고 다니다 해를 맞이하기도 한다.  


주의하라는 것이 많은 세상이다. 별 것 아닌 일도 언론 기사를 타고나면 주의 사항이 되어 크게 증폭된다. 그냥 자꾸 눈에 띈다. 그러다 보면 걱정거리들이 슬그머니 들어와 삶에 자리를 점점 넓혀가며 관리해달라 손을 벌린다. 삶을 편하게 해 주고 있는 스마트폰인데 데이터 걱정 마시라는 통신사 요금제 광고에 솔깃해진다. 무엇하나 사 먹는 것도 유해할까 봐 걱정이다.


살살 뿌리는 봄비 정도는 나는 그냥 맞는 게 좋다. 산성비라고 해도, 미세먼지가 섞여있다 해도 상관없다. 머리와 얼굴에 목덜미에 봄이 투둑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 그냥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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