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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Jan 09. 2023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니 작심삼일

작심삼일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방법

'여러분 새해 계획은 세우셨나요?"


매년 12월이 되면 방송사를 비롯한 각종 매체는 새해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다.

새해의 다이어리는 불티나게 팔리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일정분량의 음료쿠폰을 채우면 다이어리로 바꿔주는 행사를 한다. 사람들은 그 상품을 받기 위해서 먹을 생각도 없었던 음료를 주문하기도 하고 원하는 다이어리 디자인의 재고가 있는 매장을 검색하기도 한다.


아쉬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보단 아직 오지 않은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는 게 훨씬 기분 좋은 일이니깐.

새해에는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인지 새로운 다이어리에, 혹은 어플에 기록하며 1월 1일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 계획의 80프로 이상은 이미 작년에 웠던 계획을 '복사하기' '붙여 넣기'한 것과 거의 흡사하고, 작년에 세웠던 1월 1일 계획의 80프로 이상은 재작년의 1월 1일의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 분명 새해를 맞이하는 데 중고 새해를 맞이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고, 그 이상한 느낌이 반복되면 새해 계획 세우기에 대한 흥미자체를 잃어버린다.


그 이유에 대해선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1월의 방송사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친절하게 상기시켜 주니깐.


'여러분 새해 세운 계획들 혹시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신가요?'

요렇게 말이다.


작심삼일.

단어의 뜻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인류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DNA 어딘가의 구석진 곳에 작심삼일 염색체가 있을 것만 같다. 아직 그 염색체가 발견되지 못한 이유는 작심삼일 염색체를 찾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그 계획이 '작심삼일'에 그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상상해 본다. 왜냐하면 그걸 찾으려고 시도하는 것도 인간이니깐. 그래서 결국은 공식화되지 못한 '샤이 염색체'로 남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증상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꼭 3일이 지나면 세웠던 계획을 망각하는 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4일이 될 수도 있고, 2주가 될 수도 있고,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내년 1월 1일에 똑같은 계획을 다이어리에 쓰게 되는 데자뷔는 같다.

왜냐하면 이루지 못한 목표니깐.

이루지 못한 목표는 회계장부의 부채처럼 매년 이월된다.



나도 늘 그랬었다.

새해 계획마다 정확하게 삼일마다 무너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길게 가진 못했다.

목표한 흐름을 꽤 이어간다 싶다가도, 하루이틀정도 멈추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처럼 금방 이전으로 돌아가버렸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편한 걸 좋아하고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건 '바뀌지 않는 거'니깐.

나는 또다시 계획하기 전의 소파에 앉아버렸다. 그 안락한 쿠션은 지키지 못한 계획의 불편한 감정까지 잊게 할 만큼 안락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그렇게 소파의 쿠션 속에 묻혀서 먼지 속으로 사라진 건 아니다.

매년 1월의 다이어리에 쓰이던 목표 중에 하나였던 '독서'는 이제 더 이상 새해 계획에 언급되지 않는다.

굳이 독서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독서하지 않기'가 되어야 할 정도로 습관화되어 버렸으니까.




취미의 목록에 독서가 등재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꼬꼬마 시절엔 동화책 읽는 걸 잠깐 좋아했었지만, 엉덩이를 의자에 오래 붙이고 않는 것에 금세 싫증을 느끼던 나는 '독서'보다는 뭔가를 만들거나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오랫동안 책을 들여다보고 외워야 하는 암기과목을 가장 싫어했고, 최소한의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응용할 수 있는 과목을 더 선호했다.

글자보단 이미지나 영상을 더 좋아했고 결국 그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직업이 되기도 했다.

나는 한 장의 그림이나 사진과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과 교감을 가장 좋아했고, 지금도 더 선호한다.  

그런 나에게 하얀 종이 위에 획일적으로 빽빽하게 들어앉은 검은 글자를 읽는 행위는 '하고는 싶은데 하기 힘든' 목표였다. 독서가 취미가 된 지금도 한 자리에 앉아서 한 번에 책 한 권을 완독 한 일은 없으며, 아무리 시간 여유가 있어도 한 권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런 내가 독서와 친해질 수 있게 된 계기는 제목에 힌트가 있다.

항상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을 두는 것.

눈에 자주 보이게 하는 것.

그래서 먼저 어색함을 없애고 거부감을 없애는 것.

아기들의 애착인형처럼 정이 드는 것.


그러려면 항상 책이 곁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종이책의 질감을 좋아하고 각 권마다 다른 디자인의 책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무게와 부피가 문제다. 집에서는 아무 문제없지만, 외출 시에는 은근히 짐이 된다.

특히 나는 평소에 항상 노트북을 들고 다니고 상황에 따라 보조배터리나 기기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거기에 종이책까지 더하면 무겁기도 하고, 혹시라도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가방 속에 다른 물건을 넣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종이책이 구겨질까 봐 신경 쓰인다(책을 소중히 보는 편)

그리고 아직은 종이책을 외부에서 꺼내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외출할 땐 항상 전자책 리더기를 들고나간다.

핸드폰에도 전자책 어플이 깔려있다.

책을 꺼내 읽기엔 어중간한 상황이거나 시간일 경우는 핸드폰 전자책 어플의 TTS(읽어주는) 기능을 통해 책을 읽고, 카페처럼 앉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확보되는 곳에선 전자책 리더기를 활용한다.

혼자 읽기 부담되는 책은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과 함께 읽는 걸로 강제성을 부여한다.

매주 혹은 매달 일정 분량을 완독 해야만 하는 강제성은 벽돌책들을 격파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동네 뒷산 말고 유난히 높아 보이는 산을 올라갈 땐, 혼자보다 으쌰으쌰 해주는 동료와 경쟁상대가 있을 때 힘을 덜 들이고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힘께 읽으면 혹시 독태기에 빠져서 책이 안 읽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완독 했다는 다른 회원들의 글을 보면 어떻게든 정해진 분량이 읽어진다. 그렇게 혼자 혹은 함께 읽는 독서로 매년 최소 50권 이상의 책은 완독 한다. 우리나라 평균독서량을 봤을 때 이 정도면 '취미'란에 이름을 올려도 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이렇게 뭔가를 꾸준히 하려면 비장하게 마음을 먹거나 따로 준비하는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할까?' 하는 마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니깐.

그 생각이 식기 전에 재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금방 '나중에 하지 뭐'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지금 할까?' 하는 찰나의 순간이 왔을 때 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준비해두는 게 중요하다.

독서를 예를 들었지만, 하루에 운동 10분이 목표라면 '지금 운동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척추를 곧곧이 세워서 앉았다 일어났다 스쿼트라도 해야 한다.

'지금 운동할까'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자 그럼 정식으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잠깐.. 어떤 운동복 입지? 매트를 깔고.. 아 매트는 어느 방향으로 깔지? 바닥 청소부터 할까..  아령을 가지러 가고.. 몇 킬로짜리 들지?.. '이러는 과정이 동반되면 '에이 나중에 하지머'가 금방 달려와서 '지금 운동할까'를 날려 버린다.

그러면 '지금 운동할까'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12월 31일 새해계획 짤 때 허리에 뫼비우스의 띠를 두르고 음흉한 웃음으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할까?'가 눈에 보일 때 바로 시작해야 한다. 보일 때마다 바로 시작하면 녀석은 안심하고 매일 찾아온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연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친해져야 할 새로운 모든 것에 적용된다.

무조건 자주 봐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생기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자주 볼 때마다 완벽하게 하려 해선 안된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 때도 처음 보자마자 결혼할 듯이 달려들면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기도 전에 부담돼서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듯이 새해 계획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격식과 완벽을 갖춰서 달려들려고 하면 서로 금방 지친다.

그러니까 무거운 마음을 버리고 편안하게 시작하자.

새해 계획을 대할 때도 새로운 연인 대하듯이 일단 안면을 트고 자주 만나면서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부터 즐기자.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고, 일단 익숙해지면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베스트 프렌드 혹은 최애 하는 취미가 될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잘하겠다는 마음만큼 작심삼일이 좋아하는 건 없다.

완벽히 제대로 잘하겠다는 것에 집착하는 순간 어느새 작심삼일은 당신의 뒤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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