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신 Nov 12. 2020

계란 프라이를 하며,

스테인리스 팬을 생각하다

요즘, 아침 명상을 마친 후에 큰 아이의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이는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가량 등교를 하죠.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기숙사에서 생활했을 텐데요. 어쨌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딸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어서 간단하게 두부조림이나 계란찜, 프라이를 만들어요. 


다른 요리는 그저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요리 중에는 아주 초보 요리인 계란 프라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얼마 전에 표면이 코팅된 프라이팬이 낡아서 버린 후에 집에 있던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쓰는데요. 프라이가 자꾸 눌어붙더라고요. 이렇게 눌어붙는 이유는 일반 프라이팬과는 사용하는 방법이 다른 스테인리스 팬을 제대로 못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코팅 프라이팬을 사용할 때는, 먼저 팬을 불에 좀 달군 다음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탁! 깨서 팬에 올리죠. 소금 쫙! 뿌린 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정도로 익혀서 먹으면 그만이죠. 그런데, 스테인리스 팬은 먼저 팬을 불의 세기에 따라서 2~3분 정도를 달궈서 예열해야 해요. 적당하게 달궈진 정도를 잘 모르겠다면, 물을 한 방을 손에 묻혀서 프라이팬에 튕겨서 물방울이 팬 위를 동글동글하게 굴러다니면 예열이 잘 된 거예요. 만약 물방울이 팬 위에서 굴러다니지 않으면 예열이 덜 된 거고, 물방울이 바로 증발해버리면 과열이 된 것이죠. 


예열이 적당히 되었으면 불을 끄고 1~2분 정도 식혀야 해요. 그런 다음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을 켜서 조리를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는 음식을 만들 수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팬을 좀 덜 달구거나 아니면 알맞을 정도로 식히지 않고 요리를 시작하면 계란이 팬에 눌어붙어서 좀 곤란해져요. 계란뿐 아니라 다른 요리도 다 마찬가지예요. 모두 눌어붙어서 엉망진창이 되니까요.



수많은 프라이팬들..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하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무지하게 많이 나옵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서 배웠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거잖아요. 저는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할 때면, 일단 마음을 비워요. 모양은 포기하자. 제대로 성공해 본적이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눌어붙어서 윤기하나 없는 음식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걸 쓰냐고요? 코팅 팬은 수명이 짧기도 하거니와 코팅이 벗 거지면 음식에 당연히 섞이겠죠. 물론 몸에 좋은 걸로 코팅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잘 안되지만, 도전하는 겁니다. 


오늘도 스테인리스 팬에 계란을 붙이면서, '오늘은 잘 되겠지'하는 기대감을 가졌죠. 그리고 프라이가 끝날 때는 '다음에는 잘해야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 이 스테인리스 팬으로 계란 프라이를 멋지게 붙일 날이 있겠죠.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죠.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차분히 주의를 기울이며 기다리고, 이때다 싶은 때를 직감하면.. 계란을 탁! 하고 깨는 거죠. 탁! 하고..


※ 이미지 출처 

   계란 프라이 - Marius Narval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프라이 팬 - Olya Kobruseva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매거진의 이전글 지루한 하루가 그리울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