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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신 Nov 14. 2020

명상 중에 감정이 올라와서...

명상가의 핸드북(#7)

Q. 명상을 하는 중에 감정에 휩싸였어요.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후회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하고 자책감이라고 하기에는... 이렇게 명상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요?


A. 당연한 현상입니다. 계속 명상을 하시면 됩니다.


명상을 하기 위해 호흡에 집중을 합니다. 그러나 많은 생각이 자동적으로 올라와요. 처음엔 현재와 가까운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이 올라오죠. 그러다 먼 과거 자신에게 있었던 굵직한 일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사건, 사고들도 기억에서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 그중에서도 주로 상처 받은 기억들이 떠오르면 그 시절 가졌던 사무친 감정들이 함께 올라옵니다. (사무친 감정.. 주로 가까운 사람이 많이 주죠.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돌아보면, 그래요. 부모도 어린 거죠. 겨우 2~30대였으니까요.) 이런 기억과 감정은 이미 지난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생생하게 느껴지죠. 그러면 마치 현재에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거죠. 감정에 점점 빠지고, 음, 눈물이 찔끔 납니다. 명상을 하는 사람 중에 회한의 눈물을 안 흘린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명상을 하면서 그런 과거의 일들이 올라온 적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 생일에 초대를 받았지만 돈이 없어 선물을 못 사줬을 때 친구의 표정, 음악시간에 있었던 가창 시험 때 느꼈던 긴장감, 선생님께 매몰찬 말을 들었을 때의 기억 등등등. 이런 아주 작은 기억부터 아주 굵직한 사건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평정한 마음으로 있을 때 과거의 일, 감정, 콤플렉스들이 충분히 올라오면 어느새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해소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때의 상황을 이해했다고 해야 할까요? 무어라고 표현하더라도 괜찮은 거 같네요. 어찌 되었든 포기하지 않고 명상을 하다 보면 그런 경험들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주의하실 것은, 생각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셔야 만 합니다. 나와 생각을 동일하게 여기지 마세요. 생각은 나로부터 떨어진 객관적인 것입니다. 생각을 글로 쓸 수 있죠? 생각을 글로 쓰면 완전히 객관적인 것이 되죠. 그러나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굴러다니기 때문에 나 자신으로 착각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토론하다 싸우는...) 하지만 생각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속에 빠져들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보십시오. 아무 에너지를 주지 마십시오. 그러면 어떤 생각이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아침 명상'모임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 사진 출처

Kat Jayne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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