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신 Nov 10. 2020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명상가의 핸드북(#6)

Q.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하루 10분이라도 명상을 하려고 해요. 마음을 잡고 자리에 앉으면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끊임없이 올라와요. 호흡이 들고 나는 코에 집중을 하지만 생각은 역시 끊임이 없어요. 도대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A. 

'명상을 잘하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 질문은 명상의 목적과 관련이 있을 거 같네요. 


명상은 '삶의 기술'입니다. 다시 말해, '삶을 더 잘살기 위해 단련해야 할 기술'이라는 의미죠. 명상의 목적에 어떤 성과가 있을 때, 명상을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삶을 잘 산다는 것은 뭘까요? 인생을 전쟁터가 아닌 놀이터로 여기면서,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운전을 하면 잘 사는거라 생각해요. 남에게 잘 보이려 노력할 필요없이, 스스로가 원하는 데로 사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살면 일상생활에 자신감과 활력이 생길 것이고, 두려움이 없어져 도전을 꺼려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더 친절해지고 배려심도 깊어질 겁니다. 


명상을 해서 이런 변화가 생활에서 일어났다면, 명상을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명상을 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하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의구심에 빠진 분들은 대부분 명상을 할 때 '생각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생각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 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에 빠지는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이지만, 생각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 것은 고치려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심장이 뛰는 것과 비슷합니다. 죽을 때까지 심장이 뛰는 것처럼, 생각도 계속 올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명상할 때도 생각이 올라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부터 꼬맹이 시절 일까지 올라오죠.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생각을 파고들지도 않습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생각이니, 그저 내버려 두는 거죠. 


누구나 기분 나쁜 일이 때문에 밤잠 설쳐본 적이 있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싸웠거나, 직장동료와 업무를 두고 갈등을 일으켰거나, 아니면 그저 혼자서 '나는 왜 이모양일까?' 하고 자괴감에 괜스레 빠질 수도 있죠. 이런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계속 일어납니다. 잠도 못 자고 자더라도 꿈까지 꾸면서 잠을 설치게 되죠. 


이런 것은 모두 하나의 생각에 에너지를 쏟기 때문입니다. 그저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반응하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그러면 기분 나쁜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물론, 하나의 생각이 사라지면 또 다른 생각이 올라오긴 하죠. 이런 과정 속에서 잠깐잠깐 명상에 몰입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몰입을 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잖아요.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되지는 않습니다. 꾸준하게 명상을 하다 보면 변화가 올 것입니다. 의심하지 말고 꾸준히 하시는 것이 명상을 잘 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아침 명상'모임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Анна Рыжкова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매거진의 이전글 호흡은 어떻게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