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
갓생과 이생망 사이... 지속가능한 삶은 어디에 있을까?
갓(God)생살기는 인터넷 용어였지만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는지 기업에서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한한 에너지와 시간안에서 최대한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려는 이 노력은 미라클 모닝과도 같은 맥락에 있는 듯합니다. 단어는 새롭지만 그 의미는 그리 낯설지가 않달까요. 우리의 갓생살기는 트렌드라 말하기엔 역사가 깊은 듯 합니다.
기계처럼 일하라
생산성이 곧 선이 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는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는 최우선의 가치였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기계로 찍어내기 쉽도록 디자인 되었고, 표준화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집은 하나의 거대한 기계로 여겨졌습니다. 사람 또한 하나의 기계가 되기를 요구받았고 더 많은 시간 일하면 그에 비례하는 생산성을 낼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아침 등교길 시간을 쪼개 영어단어를 외우던 학생들은 퇴근후 자격증 공부를 하는 직장인이 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갓생의 목표
그러나 기계가 되는 것이 한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고 생산성 자체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또 사회적 차원에서도 갓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높은 생산성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삶의 형태일 겁니다. 그것을 삶의 질, 웰빙 또는 번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생산성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번영은 무엇일까요? 부와 같은 의미일까요? 또 성장없는 번영은 가능할까요?
GDP가 놓치는 것들
기존의 성장 중심의 경제에서 '번영'은 높은 수익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GDP로 국가 경제 순위를 매기고, GDP의 증가는 번영의 증대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한한 행성에서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무한한 성장이란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성장중심의 경제가 가져올 위기에 대해서 이미 로마클럽의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또한 경제 성장이 삶의 질과 언제나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 성장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불평등은 사회적 위기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2005년 영국에서는 '쇠퇴하는 영국의 행복' 에 대한 보고를 발표했습니다. 영국사회는 1950년대 보다 3배 더 부유해졌으나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연구에서는 '행복'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 건강, 스트레스, 업무성취 등 다양한 부분을 다루었습니다. 이후에도 영국은 계속해서 삶의 질과 행복을 구성하는 대안적 지표들을 개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빅토르 앤더슨(Victor Anderson)은 1991년 출판한 책에서 GDP의 한계와 대안적 경제지표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GDP에 대한 대안적 지표로 영아 사망률이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지표들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 지표들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인정받게 되었지만 여전히 GDP가 지배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번영(Prosperity) 다시 정의하기
이런 맥락에서 번영의 의미에 대해 질문 하는 책이 있습니다. 영국 지속개발위원회 경제위원이자 생태경제학자인 팀 잭슨은 이 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경제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팀 잭슨은 GDP가 번영에 대한 절대적 지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물질적 의미 이상으로 번영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번영은 물질적 이해관계를 넘어선다.
번영은 우리 삶의 질과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 안에서 피어난다.
번영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고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때 그 안에서 피어난다. 번영은 우리가 일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우리가 서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확인된다.번영은 우리가 사회생활에 참여함으로써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팀 잭슨은 번영에 대해 우리가 유한한 지구의 생태 안에서 얼마나 인간으로서의 성취를 이루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으며, 이 조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시대의 가장 절박한 과제라고 말합니다.
번영을 구성하는 지표 찾기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번영이 무엇인지 함께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번영을 어떤 다른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GDP대신 어떤 지표들이 필요한지 논의해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2003년 '번영 다시 정의하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꾸준히 대안적 지표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성장없는 번영> 에서도 번영의 구성요소를 여러 표현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번영은 음식과 주거의 충족을 넘어서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능력, 삶의 의미와 목적을 공유하는 능력, 이상을 추구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물직적 수단을 통해 이 목표를 추구하는데 익숙해져 왔다. 이것에서 스스로 해방시키는 것이 변화를 위한 기초다. 245p
우리의 '갓생' 다시 보기
번영, 삶의 질, 행복을 나타내는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쯤 있을까요?
'세계 행복 보고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의삶의 만족도 평가는 5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0-2019년 데이터에서는 9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GDP와 삶의 만족도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안에 '삶의 만족도' 또는 '번영'에 대한 논의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갓생살기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가거나, 또는 SNS에서 보여지는 갓생에 자신의 삶을 비교하기 전에 우리는 '갓생'이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함께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잘 산다' 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갈 때에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조.
Redefining prosperity: resource productivity, economic growth and sustainable development (SDC report)
Alternative economic indicators: Victor Anderson. Routledge, London, 1991. 106 pp. ISBN 0-415-04164-3
http://news.bbc.co.uk/2/hi/programmes/happiness_formula/4771908.stm
https://worlddatabaseofhappiness.eur.nl/rank-reports/satisfaction-with-life/
https://happiness-report.s3.amazonaws.com/2024/Ch2+Appendix.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