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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넘어서는 사회 내면의 힘

지속가능한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 1.

by DE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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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위기 앞에서

늘 순탄한 인생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때때로 인생 전반을 흔드는 어려움을 지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위기를 대응해가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고 견디는 수준도 다릅니다. 일부는 넘어서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둡고 불안정한 상황을 지나야 할 때는 위기를 넘어서는 힘이 중요해집니다.


회복탄력성은 심리학 용어로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기분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외부의 위기가 사람의 정서를 흔들때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고 볼 수 있고, 정서, 기질, 성격보다는 그것을 형성하는 더 밑바닥의 것이라 생각됩니다. 신경생물학 연구에서 회복력은 역경을 경험했음에도 건강한 인생관을 유지하는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또한 고난에 반응하는 서로 다른 행동을 아우르는 아주 복잡한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근육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회복력 resilience의 개념을 사회로 확장해 본다면 어떨까요?


지속가능성과 회복력

회복력resilience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야기할 때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기후위기를 비롯하여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변화의 속도가 이전 세대가 경험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산업 사회의 부작용들은 더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우리의 일상을 덮치고 있습니다.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한 사회의 힘이라고 한다면 군사력이나 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회복력은 그 사회가 가진 경제적 부, 또는 도시의 화려함, 군사력, 또는 인구수와 같은 것들을 말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여지지 않지만 아래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학자 칼 폴케는 회복력에 대한 사회생태학적 관점에서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는 이 개념을 점진적인 또는 갑작스러운 변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사람, 커뮤니티, 사회, 문화가 새로운 발전 경로에 적응하거나 심지어 변화할 수 있는 역량으로 설명했습니다.

세계화되고 서로 얽혀 있는 세상에서 인간 행동의 규모, 속도, 연결성은 새롭고 불확실하며 놀라운 방식으로, 그리고 사람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복잡한 역학을 만들어냅니다. 사회-생태 시스템의 회복력은 점진적이고 갑작스러운 변화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하거나 변화함으로써 다양한 맥락에서 인간의 복지를 발전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합니다.
- Carl Fo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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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더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회복력이 혼란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고자 하는 좁은 의미의 회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칼 포케는 회복력을 더 넓은 시각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회복력을 좁은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마치 변화에 저항하여 과거의 안정된 상태로 돌리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 방식을 선택하고, 한 사회를 통제 가능한 선 안에 두려는 노력들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회복력을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전 상태로의 회기에 중점을 둔다면 일부가 권력을 가지고 사회 전반을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 빠른 안정을 약속하는 방법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효율성과 통제를 추구하는 방식은 사회의 회복력과는 상충됩니다. 회복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복잡한 역학을 반영하며 그에 맞게 적응하며 발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혁신가이자 디자이너인 에치오 만치니는 회복력에 대해 위기가 닥친 사회를 재건하는 방어적 의미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적극적 관점에서의 회복력으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회로의 회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권력이 아닌 관계로, 정복적 시스템에서 적응성 시스템으로.

에치오 만치니는 사회의 회복력을 인간 본성의 발현, 인류와 자연의 화해, 인간과 복잡한 세상과의 화해라는 3가지 관계에서 설명합니다. ' 화해' 라는 단어는 관계 중심의 단어입니다. 한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관계들이 건강한 역동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입니다. 지속가능성은 여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관계의 역동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화해' 에는 수직적이거나, 권력 중심의 일방적 관계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회복력 시대'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회복력 시대는 기계시대의 정복, 선형적 구조에서 적응성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 적응성은 정복성과 대치됩니다. 적응성의 시스템은 소수의 엘리트 또는 권력 그룹이 다수의 대중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부와 함께 일하는 적극적 참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다수의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평적이고 분화된 시스템, 그 안에서 합의와 조율을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회복력의 관점에서 그 사회를 진단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적응성의 시스템을 얼만큼 구축해 왔는지, 또 수평적이고 분화된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또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관계가 어떠한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이렇게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참조.

Folke, C. (2016). Resilience (republished). Ecology and society, 21(4).

Manzini, E. (2015).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안그라픽스.

Rifkin, J. (2022). 회복력 시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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