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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훈 Oct 30. 2023

대화없이 즐기는 맛집이 있다?

침묵의 박수 대신 침묵의 국수를 (짝짝짝)



 내가 즐겨 찾는 쌀국수 집에 가면 이런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


 ○○○은 누구나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주인의 뜻에 따라 탄생하였습니다. 부디 이 공간을 이용하시는 고객께서는 이 점 양해하시어 옆 사람에게 말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침묵을 강요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겠지만 이곳에서는 침묵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공간은 식당이라는 본질 자체에 충실하다. 우리는 그냥 먹기만 하면 된다. 직원에게 서빙을 요구할 때도 말없이 그릇만 올려놓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물컵에는 물을, 반찬 그릇에는 반찬을 추가해 준다. 혼밥 할 때는 이어폰 꽂고 유튜브 보는 것이 국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의외로 이곳에서만큼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먹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함을 매달지 않은 채 젓가락질에만 집중한다. 


 식사 중에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나 상황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조용한 환경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먹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또 음식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소리가 절제된 공간에서 코에 닿는 냄새는 더욱 예민해지고, 입 안에 퍼지는 맛은 더 강렬하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내가 내는 소리, 주방에서 나는 소리들도 귀에 더 잘 들린다. 오감이 살아난다. 실제로 음식을 먹으면서 주변의 소음이나 대화 소리가 없다면, 음식의 맛과 향, 식감을 더욱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오롯이 본인의 감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보면서 밥을 먹는 습관도 식사 경험과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소이다. 이러한 습관은 주의력의 분산과 식사에 대한 인지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휴대전화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뇌의 주의력이 휴대전화에 집중되어 음식에 대한 주의력이 분산된다. 이로 인해 음식의 맛과 향, 식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수 있으며,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과식이나 불규칙한 식사 패턴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마저 업무 관련 대화나 관계의 연속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식사공간이 현대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진짜 휴게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따뜻한 국물이 안겨주는 위로는 보너스이다.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공간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평소에 느끼기 어려운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항상 바쁜 일상과 다양한 자극으로 인해 휴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조용한 환경에서의 식사는 마치 일시적인 휴식처럼 작용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이들이 식사하는 동안에도 이어폰을 꽂고 동영상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휴대전화를 보면서 먹는 것은 식사 시간을 불필요한 소통이나 업무 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식사를 즐기는 시간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식사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 식사 시간 만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음식과 나의 감각에 집중한다면 식사 시간이 단순히 배부르게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쉼표 같은 풍요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디지털 디톡스의 중요성과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디톡스는 단순히 디지털기기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하고 주변을 더욱 세심하게 느끼며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기기와의 거리를 두는 것은 그저 수단일 뿐,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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