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내려두면 느껴지는 세상
나는 항상 궁금해했다. 인간의 마음과 세상,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무형의 연결고리에 대해. 이 연결고리가 어떻게 우리를 구성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 연결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는지에 관한 호기심이 나에게는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게 되었다. 그 단어를 알기 이전에 일단 시작은 사실 우연한 계기였다. 그러다가 차츰 그것이 가져다주는 고요함과 평안함을 느끼게 되어 점차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실세계에 몰입하는 것, 즉 정보 과부하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온함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혹자는 단순히 유행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여 간의 시간 동안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하하면서 이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인 탐구와도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은 우리의 주목을 삼킨다. 작은 화면 안에 가득 찬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며 색다른 경험과 지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현재 순간에서 멀어져 가며, 진정한 의미에서 ‘여기’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깨닫게 되었다.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선명한 현재. 스마트폰 없이 보낸 첫날, 나는 집에서부터 30여 분 정도 거리를 걸어 한강에 갔다. 조용한 평일 오후 강바람이 가지만 남은 버드나무를 스치며 만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 한강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 보이는 그 너머의 빌딩 풍경과 대비를 이룬다. 물고기가 튀어올라 첨벙거리는 소리를 기다리는 일도 예기치 못한 재미를 안겨다 준다. 시원한 공기가 코를 통과하는 감각은 꽤나 선명하다. 손에 꼭 쥔 스마트폰 대신, 바람에 실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나의 손등과 뺨을 간질이고 지나간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잊고 있던 감각들이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되찾은 감각은 강력하였다. 한 번 오프라인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니, 나는 더 이상 화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책을 꺼내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종이의 향기...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잊고 있던 책의 매력이었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여정은 결국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였다.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며, 우리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여정이었다.
나는 이제 디지털의 숲에서 벗어나 완전한 신체와 정신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호기심을 발견하고 있다: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 실제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것. 따스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호기심과 깨달음을 찾아내는 여정... 그것이 바로 '디지털 디톡스'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