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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훈 Oct 23. 2023

디지털시대의 외로움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

 재료는 중요하지 않다. 냉동실 속 남은 음식과 살짝 쉬어버린 김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올리고당을 꺼낸다. 그렇게 대충 볶아 완성한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새로 산 오토바이 옆에 멈추어선 오래된 오토바이에 시선이 잠시 멈춘다. 철 지난 유행가를 듣는다. 목적지는 없지만 그저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주행하는 기분이 좋다.
 
 사실은 장소도 중요하지 않다. 이동 중에 적당한 곳에 멈춰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조용한 주변 속에서 혼자 식사를 즐길 때의 흥취는 언제나 특별하다. 요리라고 부르기 어렵게 어설픈 음식이지만 예민하지 않은 나에게 달콤한 충전이 된다. 춘천에 도착해 모텔촌에 적당해 보이는 숙소를 골라잡고 추어탕을 산다. 성시경의 노래가 나온다. 한 곡을 들으니 그의 다른 노래가 또 듣고 싶어 진다. 소주 한 병에 갑자기 취기가 올라 전화를 건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문득 생각난 이름이다. 난데없이 그에게 칭찬을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어쩌면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져 낯선 사람에게 위로를 구하는 것 같다.
 
 노래방으로 향한다. 영화 ‘국화꽃향기’가 그랬듯, 그 삽입곡도 여운이 꽤 긴 듯하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괜스레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오늘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외로워지기로 마음먹는다.



 최근 방송인 기안84가 ‘나혼자산다’에서 보여준 모습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그가 기인이라서 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화려할 것만 같은 연예인의 삶과는 달리 화면 속 그의 모습은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우리들 중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감정을 단맛, 짠맛, 신맛에 비유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감정들과는 달리 외로움은 늘 충격적이라면서 매운맛과 같다고 정의했다.


 2018년 보건사회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1인가구가 하루 24시간 중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단 1시간 14분이라고 한다. 이런 글로벌, 디지털 ‘초연결 사회’에 외로움이라니……. 디지털 세계에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친밀하고, 끈끈하고, 견고한 관계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생산성, 효율성, 유연성과 같은 가치들이 대신한다. 디지털 세계의 관계를 추구할수록 외로움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그 끝에는 실망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은 더 철저하게 스스로를 고립하고 숨기려 한다.


 현대 사회에서 SNS는 우리가 자신을 보여주는 한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SNS에 나타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는 SNS 상에서 자신의 결점이나 부정적인 면을 감추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밝게 비추어진 조명 아래 화려함 이면에는 우리의 숨겨진 진실의 그림자가 있다. 이러한 모순은 우리가 자신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더 깊은 감정과 내면의 고민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히키코모리’, ‘고독사’, ‘집순이·집돌이’, ‘나홀로족’, ‘혼밥·혼술·혼영’과 같은 단어들이 유난히 많이 들려온다. 어렴풋한 90년대의 기억들 속에서는 그런 유사한 말이나 개념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초연결은 없더라도 최소한 연결이 있던 세상, 그 흐릿한 온기가 오히려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애초에 처음부터 세상이 그랬던 적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도 ‘혼밥·혼술·혼영’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은 대체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현대인에게 외로움은 과연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일까? 나도 TV 속의 기안84처럼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외로움에 대한 기안84의 해결책은 정답은 아니지만 훌륭했다. 그리고 “형이 형을 달래는 법을 정확히 안 거지.” 라며 코드쿤스트가 덧붙인 한 마디를 통해 비로소 기안84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다만 고독할 뿐이었던 것이다.


 현대인은 외롭다. 그러나 한편으로 디지털 기기 속에서 오가는 수많은 알림과 타인의 일상은 진정으로 홀로 있다는 감각을 더 어렵게 한다. 그 감각을 찾아가고자 앞으로 디지털 시대 현대인의 고독에 대해 고찰하는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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