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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Feb 22. 2021

위기협상팀(crisis negotiation team)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위기협상팀(crisis negotiation team)


당직 근무 날 새벽에 건물 옥상에 사람이 올라가 자살하려 한다는 112신고가 떨어졌습니다. 신고를 접하고 경찰서의 가용인원으로 신속히 협상팀을 꾸리고 신고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미 1층에는 파출소와 교통경찰 등 동료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느라 분주한 상태였고, 소방관들은 에어메트에 연신 바람을 넣고 있었습니다. 평소 안면이 있는 소방관에게 저 높이에서 추락하면 생존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이 정도 높이라면 바람 때문에 매트에 떨어질 가능성 희박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1층에서는 자살기도자의 아내분과 딸들이 두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마음으로 옥상만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내분과 따님에게 다가가 지금부터는 협상팀이 올라가 남편분과 대화를 할 것임을 알려드리면서, 가족분들은 절대로 옥상에 올라오시지 말 것을 당부드리며 저희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건물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19층 보다도 더 높은 옥상 난간은 멀리서 보기에도 아찔한 높이였습니다.  


옥상에 올라간 50대 남자분은 어떤 공사장의 일용직 노동자였고, 한 아내의 남편이었으며 한 가정의 가장이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지금의 삶 너무 힘들고 지치셨다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뛰어내리겠다며 울고 계셨습니다.

행여나 실족하여 추락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새벽부터 시작된 그분과대화는 아침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정말... 정말 다행히도... 노동자분은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와 주셨습니다.

서민들의 고된 삶과 그 아픔 저희가 인지하 못할 뿐, 주변에는 항상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애써주신 파출소, 교통외근, 소방관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력형사로 근무하면서 동시에 2013년부터 경찰서 위기협상팀 협상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 경찰은 인질 납치나 자살 농성 등의 위기 대치 상황이 발생하면 형사나 경찰특공대를 투입시켜 무력 위주의 진압 작전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위기협상'이란 시스템을 도입하여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무력 진압이 아닌, 대화와 소통을 수단으로 더욱 안전히 사건 해결에 접근하기 위한 '협상팀'을 투입할 수 있도록 각 경찰서에 위기협상팀(비상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력팀 형사로 갑자기 위기협상팀에 차출되어 협상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에, 위기협상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한 때였고 전문화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하였지만, '협상의 진수는 무력해결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이다'라는 협상의 명언과 같이 '상관'도 강력형사 만큼이나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전국의 위기협상관들은 365일 24시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러분 곁에서 대기 중입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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