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허리가 부러진 나무는 밑동에서 새순을 틔우지!

by 일야 OneGolf

어떤 시련은 중심을 꺾고,
어떤 고통은 허리를 부러뜨린다.

더 이상 뻗어갈 수 없고,
다시 설 수조차 없는 자리에서
사람은 문득,
뿌리를 기억한다.

그동안 위로만 향하던 시선은
아래로, 안으로,
가장 깊은 곳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다시 물을 올리고,
숨겨진 결을 깨우고,
말없이 새순을 틔운다.

사람도 그렇다.
한 번 부러져본 이만이 아는
낮은 곳의 생명력이 있다.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는 피어나지 않지만,
이제 더 이상 쓰러지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부러졌다고 끝이 아니다.
진짜 시작은
바로 그 밑동에서,
세상이 보지 못하는 그 안쪽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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