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로 그린 한 장면

by 일야 OneGolf

노랑이다.


단일한 노랑이 아니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희미하게 바래고,
중심으로 갈수록 농도가 진해진다.
햇빛을 받은 쪽은 마치 얇은 천 뒤로 빛이 스며든 듯
투명에 가까운 옅은 레몬빛이고,
그늘진 쪽은 노랑 안에 초록빛이 한 방울 섞인 듯하다.

꽃잎의 끝은 종이처럼 얇아,
색이 아니라 빛으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그 빛이 통과한 가장자리에는 그림자가 없다.
오히려 그 밝음이 주변의 어둠을 강조한다.

가운데 꽃술 주위는 노랑이 아니다.
노랑이 몇 겹으로 쌓여
노랑-금색-녹황-연갈색의 그러데이션을 만든다.
가느다란 꽃술이 맺힌 뿌리 부근은 초록이 섞인 황톳빛이며,
그 위를 빛이 덮으면
노란색은 더 이상 색이 아니라
점점 투명해지는 경계가 된다.

그 노랑 위로 가느다란 가지 하나의 그림자가 얹혀 있다.
그림자는 검정이 아니다.
노랑 위에서의 그림자는 어두운 녹청색이며,
윤곽이 선명하지 않다.
가느다란 곡선이 꽃잎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노랑 속에서 스스로를 흐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꽃의 노랑은 ‘단단한 색’이 아니다.
고정된 파장이 아니라,
빛과 각도, 잎맥의 두께, 수분의 농도에 따라
순간순간 새롭게 섞이고 사라지는
‘움직이는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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