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를 구구절절 풀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조금은 나의 궤도에서 이탈되기는 하지만...
오늘 얘기는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낯선 고백일지도 모를...
“당신은 친구가 있습니까?”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 없습니다.”
라고 서슴없이 답하리라.
그 말을 듣는 누군가는,
그 누군가가 나를 친구라 여겼던 이라면
많이 실망하고, 무척 서운할 게다.
하지만 나는,
‘친구’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겁고
조심스러워야 하는지를 안다.
한 마디 덧붙인다.
“지인은 꽤 있습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겐 차갑게 들릴지도 모른다.
마치 벽을 세운 것처럼.
하지만 내게 그것은
관계를 얕게 보지 않기 위해
내가 택하는 조심스러운 연결의 관계함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내 마음을 맡기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무심한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건 나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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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이가 있었다.
고향을 떠나 외딴 이곳까지,
기어이 나를 보러 온 사람이었다.
그는 많이 지쳐 보였고,
아마도... 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를 수 없었다.
그의 방문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어쩌면 ‘작별의 순례’ 같은 것일 게다.
나는 조용히 차를 내주고,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적당히 이른 시간에
그를 등 떠밀 듯 조용히 떠나보냈고,
그도 말없이 미소 한번 짓고 떠났다.
그는 봐야 할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래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시간을 그의 길을 내주었다.
그건 배웅이었고,
인정이었고,
내가 줄 수 있는 지인으로서의 친구다운 예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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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없다.
마음을 줘도 그 마음을 돌려받기를 강요하지 않는,
어설픈 친밀함보다는
지켜봐 주는 거리와 침묵을 더 소중히 여길 뿐이다.
‘친구’라는 말이 없어도 괜찮다.
관계는 이름보다 훨씬 먼저 있었고,
진심은 말보다 더 오래 남으니까.
세상에서 ‘친구’라는 단어가 사라진다 해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고,
누군가의 등을 조용히 떠밀 것이며,
누군가를 보내고도
마음 한 자락을 남겨둘 것이다.
그러니,
친구가 없어도 외롭지 않다.
이름 없는 그 마음이
지금도 내 안에 조용히 살아 있으니까.
고맙다.
와줘서,
그리고 가줘서...
기억하지 않아도 기억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