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글이라서 좋더라

by 일야 OneGolf

나는 어떤 생각으로 시간을 지나치는가.
한때는 시간이 흐른다고 믿었다.
시간은 강물 같았고, 나는 그 위를 떠가는 조각배처럼 여겨졌다.
세월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간이 흐른다기보다 내가 시간을 ‘지나친다’는 감각을 더 자주 느낀다.

켜켜이 쌓인 시간들을 들춰내는 순간들엔
잊은 줄 알았던 감정들과, 묻혀 있던 기억들이 함께 피어난다.
그것들은 때로는 냄새로, 때로는 한 줄의 문장으로,
어떤 날은 바람의 결로 되살아난다.
시간은 그렇게, 내 안에 가만히 숨어 있다가 가장 조용한 순간에 말을 걸어온다.

그러곤 문득 깨어난다.
나는 그 모든 시간들을 어떤 생각으로 지나쳐 왔을까.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애써 외면하며,
무엇을 붙잡고 견디며 여기에 서게 되었을까.

난 글 쓰는 게 좋다.
생각이 문체가 되어 형상화되는 그 과정이
내 안에 있는 조각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맞추는 일 같거든.
글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시간을 지나치는 순간을 눌러 적는 작은 흔적 같다.

그래서 방향도, 주제도 애써 만들진 않는다.
그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고 싶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네 가지 테마를 향해 흘러가더라.
지구에서의 일상, 단상 위에 피어오르는 물음,
골프라는 세상, 그리고 나만의 창작 세계.
이야기를 쓴다는 건 나에겐 걷는 일이고,
그 길을 걸을수록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내가 누구였는지를 알려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가끔은 글을 쓰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내 알게 된다.
글은 마음을 ‘움직이기’보다는
이미 누군가의 내면에 있던 감정을 ‘확인’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 기분, 나도 알아.”
그 작은 끄덕임과 짧은 숨 같은 공감이야말로 글이 닿을 수 있는 최소한의 최대치라는 걸 인정하고 만다.

나는 오늘도 또 글을 쓰지만,
그저

글이, 글이라서 좋기 때문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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