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성히 비어 있던 가지 사이도 잎으로 채워지고,
푸르기만 하던 하늘엔 잿빛 구름이 덮인다.
이른 여름비가 무던히도 내리친다.
먼 가로등 불빛 아래,
굵은 흰 선들이 무수히 허공을 긋더니
이내 폭발하듯 떨어진 빗줄기 아래
흙바닥은 터져 오르고,
솟구친 흙먼지는 바람처럼 흩어진다.
말하지 못한 상념은
언제나 속으로 쌓이는 법이다.
작은 숨결처럼,
무심한 표정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고여만 가는
그리움이라 부르기엔 너무 멀고,
망각이라 하기엔 아직도 희미한 것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마음이
조용히 가슴 언저리를 긁고 지나갈 때,
나는 그 모든 감정에게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먼 어느 밤,
말 대신
눈물이 흐른다면
그게,
통한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