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인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by 일야 OneGolf

끝을 내야 끝나는 것이다.

그 마지막 한 구간이야말로 진짜 최고의 집중력으로 치달아야만 한다.


평화롭던 토요일 오후...

찌---이익

문자 알림이 운다. 택배 배송 예정이란다.

이상하다? 올 물건이 없는데...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한다.

전광석화처럼 뒤통수를 찌르고 지나치는 썬더볼트 하나!!

선물 갈 거라는 잊고 있던 그 한 마디!

아니나 다를까... 고구마순 5Kg이 도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물들 중 하나지만 나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그 애증의 산물인 고구마순..

고구마순 5Kg

단순계산해도 Kg당 평균 1시간, Kg당 쉬는 시간 10분이면 최소 6시간 분량이다. 거기에 어떤 지체시간까지 더한다면 7시간은 족히 버텨야 하는 장거리 행군이다!


좋다!

태산이 높다 한들 하늘 아래 뫼이로다.

바닥에 뽁뽁이 비닐과 포대종이를 깔고, 방석을 대신할 베개도 두 개를 포개서 의자로 만들었다.

준비 끝!! 지금이 16시 30분, 시작이닷!!

목표는 24시!

목표는 정해졌고, 방향도 결정됐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가는 것이다.


눈은 고구마순에, 귀는 윔블던도 듣고 놀라운 토요일도 듣더니 주말드라마도 귀청을 돋운다. 커피도 홀짝거리고, 허리도 폈다 구부렸다, 손끝엔 아린기운이 돌고, 손톱 밑에 검은 때가 낀다.

1kg,

2Kg,

.

3Kg

.

.

(일단, 여기서 쉬고..)

4Kg

.

.

.

드디어 5Kg에 접어들었다.

기립근이 움직일 때마다 차라리 가만있으라고 아우성이다. 정지된 기계가 힘겹게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듯 끼기긱거리는 그 힘겨움으로 기지개를 펴본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이때부터가 제일 중요하다.

끝이 보인다고 끝난 게 아니다.

진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왜냐하면 끝이 보이는 순간, 마음은 지속하던 그 긴장을 늦추기 시작한다.

골프에서 마지막 3개 홀은 승부처에 속한다. 이 마지막 16번, 17번 18번 3개 홀의 결과가 결국 우승자를 바꿔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2023년 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의 4라운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보여주는 기가막힌 사례로 소개할 수 있다,
단 1타!
비록 똑같은 1타라지만 누구는 버디 1타, 누구는 보기 1타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4라운드 15번 홀까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반복하던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은 어려운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7언더파로 경기를 마치고 2위로 최종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반면 데니 매카시(미국)는 보기프리 플레이로 3개의 버디를 낚으며 8언더파 1위로 18번 홀을 시작한다. 하지만 티샷을 실수하면서 세컨드샷을 레이업 하게 되고 결국 18번 홀 보기로 마무리하면서 7언더파 공동 1위로 호블란과 연장에 들어가고, 1차 연장인 18번 홀 티샷이 깊은 러프로 향하면서 끝내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17번 홀에서의 호블란의 버디 그리고 18번 홀에서의 매카시의 보기!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점수지만 그 어렵다는 17번 홀에서의 버디는 우승컵을 쥐어주었고, 하루 종일 나오지 않던 보기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나옴으로써 승리를 내어주고 말았던 2023년 메모리얼토너먼트는 인내심과 끈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골프경기의 속성을 잘 보여주었다.


군생활 시절,

그 수많은 중장거리 행군에서도 나는 단 한 번도 우리 부대원을 단 1명도 낙오시키지 않았다. 군대의 특성상 1명의 낙오는 그 3배의 전투력 손실로 나타난다.

낙오된 1명을 적진에 버릴 수도, 그 1명 때문에 본대의 작전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 그렇기에 그 낙오되는 1명을 위해 우수 전투원 2명을 붙여야만 한다. 왜 2명이나? 그건 적진에서 늦게라도 빠져나오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1명과 엄호 및 교대자 1명, 이렇게 최소 2명은 있어야 그 3명을 모두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투력 유지하고 손실을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낙오를 막는 것이다. 낙오를 막는다는 건 마음만으로는 되지않는다. 나름의 치밀한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고,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뮬레이션도 필수과정이다. 거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하는 것이 실시간 현장상황에 맞는 즉각조치다. 즉각조치가 가능하려면 예상되는 상황을 최대한 상상해내고 그에 맞는 예비계획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비계획이 충분할수록 실시간에 당황하는 일이 적어진다. 그리고 유사한 예비계획을 응용하기 쉬워진다. 그렇다 보니 계획단계에서가 가장 바쁘고 날을 새면서 고민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오히려 실시단계에서는 여유로울 수 있었다.

실시간에 고성이 나오는 건 스스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40 Km, 80 Km, 100 Km, 200 Km 등 많은 행군을 실시하지만, 그중 가장 보편적인 40 Km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많이 낙오되기 시작하는 구간이 시작 후 약 32~40 Km 구간이다.

이 구간에 접어들면 지치기도 하지만 코스도 막바지 어려운 고개들을 만나다. 거기에 완주지점이 가까워진다는 심리적 이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는 특별히 긴장의 끈을 조이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마지막 휴식을 들어가는 36 Km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되면 나는 행군속도를 끌어올린다. 지금까지 시간당 4 Km를 유지하던 행군속도를 1.2~1.4배로 높여서 2 Km 정도를 속보로 당긴다. 30분 가야 할 거리를 20~25분에 끊는다.

그리고 5분간 휴식!

이때부터가 승부처다.

마지막 2 Km는 급속행군이다. 행군속도도 거의 2배로 올린다.

착착착착....

발이 바쁘다. 거의 뜀걸음 수준이다.

점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헉... 헉==3

어깨를 짓누르던 군장의 무게가 사라진다. 물집이 잡혀서 따갑던 발바닥 통증도 모르겠다. 근육경련이 일던 다리는 자동조종장치가 달린양 저절로 회전속도를 높인다.

심장이 터질 듯 조여오면서 숨이 목젖을 때릴 때쯤이면 심장을 제외하곤 어떤 통증도 못 느낀다.

한 곳의 통증이 강해지면 작은 통증들은 사라진다.

모든 통증은 사라지고 숨통만 조여 온다.

그 순간!!!

군가 1발 장전!!! 앜~~!!!

멋있는!!! 사나이!!! 많고많지만!!! 악악!!

바로~ 내가!!! 사나이!!! 멋~~ 찐 사나이!!!

악! 악!!


숨통이 트인다. 막히고 아팠던 가슴이 새로운 공기로 채워지며 악으로 버티는 힘이 솟는다.

군가 몇 곡이 총알처럼 지나가면 벌써 연병장에 다다른다.

그러곤 허걱~ 허걱! 으아~~~~ㄱ

숨 빠지는 소리만 그득하다.

내가 가는 그곳, 그곳의 별칭은 언제나 '악바리 00'다.


끝이 보이는 순간은 끝이 아니다.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의 이완이 그간의 모든 걸 망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고구마순 까다가 멀리도 돌아왔네...

아!! 궁금하시겠다...

토요일에 3 kg, 일요일에 2Kg

이렇게 나누어서 다 깠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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