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안에서 운명을 찾다

by 일야 OneGolf

​송운이 잠든 새벽,

월하는 거실 탁자에 앉아 낡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실행했다. 송운이 가르쳐준 대로 ‘검색’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찾으려 했다.


​월하 : "만약 운명이 통계와 법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분명 신의 섭리 또한 이 ‘인터넷’ 안에 있을 것이다."
​그는 검색창에 진지한 표정으로 단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검색어 1 : '월하노인의 짝 찾는 방법'


​[검색 결과] : ‘월하노인 인형 만들기’, ‘월하노인 전설, 미신입니다.’, ‘달빛 아래 노인을 꿈꾸는 남자친구 구별법’


​월하는 당황했다.


"왜 나에 대한 통계는 이렇게 부정확한 것이지? 인간들이 나를 미신으로 취급하다니!"


​검색어 2 : '내 영원한 사랑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

​[검색 결과] : ‘소개팅 앱 추천 순위’, ‘결혼정보회사 등급표’, ‘MBTI 궁합 테스트’


​월하 : "MBTI? 이것은 인간의 운명을 규정하는 새로운 명부(名簿)인가!"


​월하는 MBTI 궁합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는 신계에서 수천 년 동안 인연을 맺으며 쌓은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격 유형에 답했다.


("나는 남들의 행복을 위해 나의 사적인 감정을 희생하는가?" → '매우 그렇다')


​결국 그의 MBTI는 '헌신적인 중재자 (INFP)'로 나왔다.


​월하 : "좋다. 그렇다면 나의 짝은 이 INFP와 가장 높은 매칭률을 보이는 유형일 것이다!"


​그는 다시 검색했다.


'INFP와 매칭률 99%인 유형'


​[검색 결과]: '외향적인 지도자 (ENTJ)'
​월하노인: "ENTJ! 좋아! 이제 그녀를 찾기만 하면 되는군!"

​다음 날,

월하는 회사에서 송운에게 자랑스럽게 자신의 '인터넷 기반 운명 찾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월하 : “송운 아가씨! 나의 짝은 ENTJ 유형이오. 이제 우리는 이 유형의 여성들을 찾아내 매칭 파티에 집중해야 하오!”


​송운 : (어이없음) “월하 씨, 당신 미쳤어요? 미신 대신 이제 인터넷 미신을 믿는 거예요? 게다가 당신이 무슨 ENTJ를 찾아요. 당신은 스펙 제로의 계약직일 뿐이라고요.”


​월하 : “나의 INFP는 당신의 회사 통계와는 다르게, 진실이오!”


​송운은 고집 센 월하를 무시하고, 자신의 '논리 기반 매칭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나섰다.


​그날 오후,

송운은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중요한 VIP 고객을 만났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주고는, 무거운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고객을 위해 짐을 들어주려 했다.
​바로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송운은 가방을 잡으려다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닫히는 문에 부딪힐 위기에 처했다.


​끼이익—


​그 순간,

월하가 번개처럼 달려와 송운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월하의 단단하고 따뜻한 팔이 송운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몸은 그대로 그의 넓은 가슴에 밀착되었다. 월하의 몸에서는 은은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신비로운 향이 났다.


​두 사람의 거리는 0cm.


​송운은 숨이 멎었다. 그녀는 평생 '사적 선 긋기'를 철저히 지켜왔고, 특히 남성과는 신체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극도의 현실주의자였다. 하지만 지금, 이 비현실적인 미남의 품 안에서, 그녀의 이성과 논리는 마비되었다.


​월하 : “괜찮소? 다칠 뻔했소. 나는 당신을 다치게 하는 어떤 운명도 허락할 수 없소.”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그의 눈은 그녀의 눈을 깊숙이 응시했다. 그 눈빛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엮어온 신의 시선이 그녀에게만 집중된 듯했다.
​송운은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송운 : (속삭이듯) “규… 규정 위반이에요. 신체 접촉 금지…”


​월하 : “운명에 관련된 일은 규정보다 위에 있소. 당신을 지키는 것은 나의 본능이오.”

​다행히 그들의 스킨십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 고객은 이미 위층으로 올라간 뒤였다.
​송운은 간신히 월하노인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라 벽을 짚었다.

​송운 : “월하 씨! 오늘부로 사적 선 긋기 계약 해지입니다! 당신, 해고예요!”

​월하 : “해고라니! 왜요? 당신을 지켰는데?”

​송운 : “당신이 너무... 너무 잘생겨서요! 아니! 그게 아니라! 당신은 내 모든 논리를 방해해요! 당신의 존재 자체가 통계적 오류라고요!”

​송운은 감정이 격해져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월하는 자신의 잘생긴 외모가 왜 해고의 이유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월하 : “내 외모가... 오류라고? 신이 내린 축복이 오류일 리 없소.”


​송운은 그를 외면하고 빠르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송운 : (독백) 무서워. 저 남자는 내 평생의 신념인 논리와 통제를 무너뜨려. 저 남자 옆에 있으면 내 삶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명'에 맡겨질 것 같아.

​그날 밤,

송운은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월하에게서 느꼈던 낯선 따뜻함과 심장의 요동을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월하는 거실 탁자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낡은 스마트폰이 켜져 있었는데, 화면에는 'ENTJ 여성, 당신을 찾습니다'라는 검색 결과 페이지가 떠 있었다.
​송운은 그 모습에 묘한 질투와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잠든 월하노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았다.

​송운 : (독백) 그래. 이 남자는 그냥 잘생긴 미치광이일 뿐이야. 내 짝은 ENTJ라고 믿는. 나는 ENTJ가 아니니까... 안전해.

​그녀의 MBTI는 'ESTJ (사업가/경영인)'였지만, 그 어떤 ENTJ보다도 '지도자'의 기질이 강했고, 월하의 'INFP'와 극강의 시너지를 낼 운명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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