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송운은 월하를 따로 불러냈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지만, 눈빛에는 어제의 혼란이 남아 있었다.
송운: “월하 씨. 어제 일 때문에 당신을 해고하려고 했어요.”
월하 : “나를 버리려 한다니, 그럴 수 없소. 나는 당신을 지켰소!”
송운 : “지킨 거 말고, 신체 접촉이 규정 위반이라고요. 하지만... 이번 달 실적. 당신 덕분에 역대 최고치를 찍었어요.”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냉정한 이성으로 말했다.
송운 : “해고는 취소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옆에 둬야겠어요. 당신의 비과학적인 방법이 내 통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감시’ 해야 하니까요. 당신은 이제부터 내 전담 비서 겸 매력 컨설턴트예요.”
월하 : “전담 비서! 좋소! 나의 짝의 곁에 머무를 수 있다니 영광이오!”
송운 : (미간을 찌푸리며) “내 짝 아니라고요! 그리고 전담 비서 일의 70%는 당신이 좋아하는 ENTJ 여성을 찾는 데 투입될 거예요. 대신, ENTJ를 찾을 때까지 내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해요.”
월하는 기꺼이 동의했다. 그는 송운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를 따라다니며 비서 일을 시작했다.
월하의 첫 번째 비서 업무는 ‘회원들의 MBTI 및 연봉 데이터 정리’였다. 송운은 그에게 컴퓨터와 엑셀 프로그램을 켜주고 사용법을 가르쳤다.
송운 : “이것이 엑셀이에요. 당신의 붉은 실이 이 안에서 코드로 엮이는 거예요.”
월하는 마우스를 잡고 경악했다.
월하 : “이것은 통계의 지옥이오! 신계에서는 단 한 번의 영감으로 인연을 엮었는데, 왜 인간은 이 작은 칸에 숫자를 넣고 분석해야 하는 것이오?”
그는 데이터를 정리하면서도 자신의 ENTJ 짝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월하 : (옆자리 송운에게 속삭이며) “송운 아가씨, 혹시 이 ‘연봉 2억, ENTJ’ 이 여성은 어떤 기품을 가졌소?”
송운 : “기품이 아니라 자산을 보죠. 그분은 부동산이 많아요. 그리고 제발 일에 집중해요! 당신이 계속 헛소리해서 통계 오차가 생기잖아요!”
월하는 자신의 MBTI (INFP)와 가장 잘 맞는 ENTJ를 찾으려 애썼지만, 송운과의 동행이 길어질수록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회의 중>
ENTJ 회원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며 팀을 압박할 때, 월하는 그들이 너무 ‘단호하고 차가운’ 인간이라고 느끼며 거부감을 느꼈다.
반면,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회의를 주도하는 송운의 모습은 그에게 강력하고 매력적인 지도자처럼 보였다.
<퇴근 후>
월하가 밥솥이 끓는 소리를 신기해하며 냄비에 손을 대려 할 때, 송운은 ESTJ 특유의 차가움으로 그를 제지했다.
“뜨거워요! 위험해요! 당신의 엉뚱한 행동은... 참..”
그녀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월하에게는 그것이 ‘나를 돌보는 강력한 애정 표현’처럼 느껴졌다.
월하(독백) : 이상하다. ENTJ는 나를 차갑게 대하는군. 그런데 송운 아가씨는 나를 타박하면서도 밥을 주고, 컴퓨터를 가르쳐주고, 위험에서 나를 보호하는군. 그녀는 겉으로만 차가운 따뜻한 인간이군.
그의 머릿속에서 ENTJ에 대한 환상은 점점 희미해지고, 송운이라는 현실적인 존재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날 밤.
송운은 동거 10대 수칙 중 '야식과 술자리 요청 금지'를 스스로 깨버렸다.
송운 : “월하 씨, 오늘 실적 좋았으니까... 치킨이라는 걸 먹어보죠.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예요.”
월하는 치킨을 먹으면서 감탄했다.
“오오! 이 기름진 황금빛 닭고기! 이것이 진정한 인간의 스펙이오!”
치킨을 먹고 난 후, 송운은 어제 엘리베이터에서의 일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을 인정했다.
송운 : “어제 그 일은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이 갑자기 껴안지만 않았어도...”
월하 : “나는 그대를 구했소. 운명은 그렇게 갑자기 오는 것이오. 당신의 이성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에 말이오.”
월하는 송운의 어깨에 붙은 치킨 조각을 자연스럽게 떼어주었다. 송운은 다시 한번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는 아무런 악의나 사심이 없었다. 단지 '함께 밥 먹는 사이의 자연스러운 행위'처럼 보였다.
송운 : (속으로) 안 돼. 사적 선 긋기 계약 해지! 사적 선 긋기 계약 해지!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켜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어 : 'INFP와 ESTJ의 궁합'
[검색 결과]: ‘지옥에서 온 커플, 상극의 끝판왕’, ‘서로의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
송운은 안심했다. 통계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철벽을 쳤다.
송운 : “월하 씨, 내일은 당신의 운명인 ENTJ를 찾기 위해 가장 큰 비즈니스 파티에 갈 거예요. 복장 똑바로 하고 오세요!”
월하는 송운의 잔소리에 미소 지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구글의 통계가 아무리 상극이라 해도, 자신의 심장이 송운에게 엮여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