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감정은 언어로 뱉어낸다고 해서 증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름을 붙여 부르는 순간 그 감정은 공기 중에 흩어지는 대신 더욱 선명한 형체를 얻어 가슴에 들어앉는다.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보고픔이 사라질까. 그립다고 말하면 그리움이 사라질까."
우리는 무언가를 표현하면 그만큼 내 안의 것이 비워지리라 기대하지만 그리움은 나갈수록 더 깊게 차오르는 샘물과 같다. 고백은 해소가 아니라 확인일뿐이다. 내 안에 당신이라는 결핍이 이토록 거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서글픈 자각이다.
더 나아가, 갈구하던 대상과 마주하는 것조차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보고 싶어 보고 나면 보고픔이 사라질까."
간절히 원하던 만남 끝에 남는 것은 포만감이 아니라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에 대한 예감과 더 깊어진 갈증이다. 보고 나면 더 보고 싶어지고 닿고 나면 더 닿고 싶어지는 것. 그리움은 채워서 없애는 숙제가 아니라 그저 곁에 두고 평생을 함께 견뎌내야 하는 감정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표현한다고 줄어들지 않고 만난다고 사라지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그리움의 본질이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