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플레이어의 성실성을 담보로 진행되는 스포츠다. 심판이 항상 플레이어 곁에 있을 수 없고, 모든 플레이 장면을 감시하는 카메라도 없다. 대신 플레이어 스스로가 규칙을 선언하고 스스로의 위반을 기록하며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이 구조 자체가 골프라는 게임이 인간의 양심을 전제로 설계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골프를 시작하는 순간 이미 하나의 약속에 귀속된다. 이는 에티켓과 규칙을 알고 지키며 타인을 배려하겠다는 암묵적인 동의에 해당된다. 티잉구역에서의 침묵, 앞 팀과의 거리 유지, 디봇을 메우고 볼 마크를 수리하는 사소한 행동들까지 모두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작은 행동들은 단순한 매너 수준이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공간과 시간을 존중한다는 문화에 가깝다.
물론 언제나 이상적인 모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규칙의 경계를 흐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 순간들은 그동안 골프라는 스포츠가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훼손한다. 더 큰 문제는 그 한 사람의 행동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쳐질 때다. 성실하게 쌓아온 골프계 전반의 노력이 단 몇 번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평가절하되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에 대한 믿음은 쉽게 무너질 수 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규칙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고 불편하더라도 원칙을 따른다. 한 타를 손해 보더라도 애매한 상황에서 유리한 해석을 경계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조차 스코어를 정직하게 적는다. 골프가 유지되어온 힘은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선택들의 축적이다.
골프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클럽을 휘두르는 행위가 아니다. 사회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질서와 신뢰를 몸으로 실천하는 과정에 가깝다. 규칙을 이해하고 그 규칙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받아들이는 태도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편의를 잠시 내려놓는 선택과 그 선택이 반복될 때 문화는 깊어진다.
그렇기에 골프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은 사회의 질서와 공정함을 존중하려는 쪽에 서 있다고 믿으려 한다.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기준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 원칙이 무너질 때 문화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골프가 오랫동안 골프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런 사람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