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운동은 왜 이다지도 사람을 실망시키는가?
연습장에서는 분명 잘 맞던 샷도 필드에만 나오면 다른 얼굴을 하고, 한 번의 미스샷은 연쇄 반응처럼 다음 샷까지 흔든다. 잘 치고 있다고 느끼는 날에도 아쉬운 순간 몇 개는 또렷이 남는다.
골프의 대부분은 실망이 차지한다.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샷,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 등등...
18홀을 도는 동안 만족스러운 샷은 손에 꼽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왜 그랬을까’라는 반문으로 남는다. 플레이의 90%는 그런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골프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좋았던 10%의 희망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임팩트, 손에 전해지는 감각, 공이 날아가는 궤적 그리고 잠시 찾아오는 확신. 방금 전까지의 모든 실망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그 한 샷. 그 장면 하나로 다시 연습장에 가고 또다시 필드에 선다.
이 희망은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강력하다. 언제 나올지 모르고 어떤 상황에서 등장할지도 알 수 없다. 그 불확실성 속에서 실망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익힌다. 잘 되지 않는 시간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그 10%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골프는 결국 감정의 관리에 가까운 운동이다.
실망을 줄이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실망을 감당하는 자세도 요구한다. 기대를 낮추라는 말이 아니라 기대와 결과 사이의 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스윙도 그리고 늘 같은 결과도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에서야 골프는 조금 덜 잔인해진다.
실망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서도 그 작은 희망 하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쓰고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언젠가 만날지도 모를 평생 기억에 남을 단 한 번의 샷을 찾아내려 애쓴다.
아마도 그 자체가 골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