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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프리미엄으로 일상을 채우다
낙엽이 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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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야 OneGolf
Oct 30. 2024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도
흐르는 구름에서도
흩날리는 낙엽비에서도
땅바닥을 나뒹구는 먼지에서도
심지어 멈춘듯한 공허한 허공에서도
바람이 보인다.
캡슐 하나를 집어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추출하는 작은 머신의 기계음이 유난히 크다.
똑.. 똑!
머그컵에 떨구어지는 마지막 방울소리도 크다.
뜨거운 커피물에 따뜻해진 잔을 손으로 모아들고 밖으로 나선다.
헐...
가을은 네가 다 맞았구나!!
세워둔 차 앞유리에 가을이 소복이 쌓여 내렸다.
잔을 들고 인증샷을 찍자니까 동작이 어눌하다.
에랏 모르겠다. 너도 자세 잡아봐라!
손이 모자라 놓아둔 머그잔이 되레 한자리 잘 차지한다.
뒷트렁크에서 캠핑의자를 꺼내 자리 잡고 앉으니 나도 다른 이들처럼 한컷 찍고 싶어 진다.
그래! 오늘의 주인공은 발꼬락이닷!!
근데 역시나 사진은 영 시원찮다.
남들 다하는 거 따라 해본 맛에 만족한다.
멍~하니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데 눈에만 보이던 바람이 나를 쓸고 간다.
순간,
주변에 작은 파도소리가 일렁인다!!
스스스스~~~~윽~~샤~~~!
참나무, 굴참나무, 뽕나무, 산단풍나무, 칡덩굴 등에서 일제히 파도소리를 친다.
고요하다.
바람이 인다.
파도가 스쳐간다.
엇!!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 고요하메 끼어드는 작은 부딪힘 소리가 있다.
틱... 사각!
연신 티각 되는 소리가 제멋대로 미세하게 요란하다.
저~~~~ 꼭대기에서 떨어져 나온 낙엽들이 내려오면서 붙어있는 다른 잎사귀에 부딪히고 방향을 바꿔 다른 가지에 뒹굴고 그러더니 마침내 쌓여있는 다른 낙엽 위에 탁하고 내려앉는다.
눈을 감고 들으니 흡사 빗소리에 딱 그것이다.
고요해야 들리는 소리
고요하기에 더 큰 소리
그것이 낙엽이 지는 소리인가 보다.
고요한 소리가 또 하루를 채운다.
keyword
소리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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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방향성을 추구하진 않지만 방향은 읽습니다. 디지털을 넘어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 글쟁이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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