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을 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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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ul


스무 살 전에는 취미라 할 만한 게 없던 거 같다. 그냥 누구나처럼 독서, 음악 감상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도 남들보다 많이 읽고 듣는 것 같았는지, 시집이나 음반을 선물 받기도 했다. 대학에 합격하고,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첫 타지 생활이 시작됐다. 2인실 기숙사였는데, 전산 오류였는지 사감은 내게 한 주 동안 혼자 살아야 할 거라 하였다. 방에 혼자 있는 것과 홀로 방에 있는 건 사뭇 달랐다. 과일 접시를 주러 오는 엄마도 없었고, 놀자며 문 두들기던 친구들도 각자 메신저 속에서만 근황을 알렸다. 일 인분의 빨랫감은 양이 적어 평일에 세탁하기엔 애매했으며, 혼자 시켜먹었던 야식은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그럴 때 조금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주말이 되자 캠퍼스는 어색할 만큼 한산했다. 그즈음에는 내 허물도 꽤 쌓여서, 기숙사 건물에 있는 코인 세탁소에 가 처음 빨래를 하게 됐다. 흰 옷과 색옷을 구분 지어 넣으니 생각보다 동전이 많이 들어가 곤란했다. 그래도 다음 주부터는 룸메이트가 생기니까 괜찮겠지, 30여 분이 걸린다기에 좀 걸어 다녔다. 스무 살을 기점으로 나는 좀 새로워지고 싶었다. 예전이 싫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즐거운 기억이 많았다. 그냥 어렴풋이 멋있어지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멀쩡하게 생겼지만 하는 짓은 우스꽝스러운 사람. 물론 그런 나를 친구들은 재밌어했다. 잘생긴 사람들은 웃기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며, 유머러스는 못난 이들의 생존전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는 잘생겼다기에는 객관적으로 부족하니까. 그렇지만 멋이라는 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생각했다. 멋있으면 거적때기를 입어도 개성 있다 해주니까. 물론 학사모를 쓸 즈음에 나는 또라이라는 평을 얻고 졸업했지만. 빨래가 다 된 옷을 바구니에 넣고 방에 돌아왔다. 한 벌씩 건조대에 널수록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오후 내내 기분이 좋았다. 빨래하기, 그게 처음 그럴싸한 생긴 취미였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위대한 업적처럼 뿌듯했다. 이런 사소한 모습이 적잖이 어필됐는지, 종강할 무렵에는 애인도 생겼다. 그때 애인에게 내 어느 부분을 보고 반했는지 물어본 적 있다. 이런 소소한 것들과 함께 왜 담배를 안 피우냐는 물음에 필 이유가 없어서라는 말이 호감이었다고 했다. 그랬었지. 이후에 두 어명을 더 사귀었지만, 그럴싸한 내 모습도 끝물인지 오래 혼자이다. 옆엔 몇 개비 남지 않은 담뱃갑만 놓여 있다. 독서는 직업이 되어가고, 음악은 어디 이동하는 중에나 듣고. 내 빨래는 다시 엄마의 몫이 됐다. 엄마는 옷이나 잘 개서 가져가라며 핀잔을 주셨다. 취미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즐거울만한 게 없는 날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 그때 맡았던 유연제 향이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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