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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를 먹었고, 지식이 늘었습니다. 인사하는 사람이 늘었고, 많은 관계를 잃었습니다. 경험은 늘 새로웠고, 추억의 끝은 언제나 후회였습니다. 시를 쓰는 법을 배웠고, 솔직해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꿀 줄 알게 되었고, 숨기게 되었습니다. 웃는 날이 늘었고, 우는 밤은 늘었다고 얘기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가식적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행복한지 우울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울하다고 하기에는 아직 나의 손목은 반질거렸고,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속이 너무도 문드러져, 목구멍까지 고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매 순간 ~척하며 살고 있었고, 이런 삶이 저는 꽤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가면을 써야 하는지 알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은 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그리 큰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 그렇게 치부하였습니다.
'미운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용기'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쓰지 못했습니다. 온종일 저 한 줄밖에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사람이 밉습니다. 아니, 사실 사람이 너무 좋습니다. 사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미운 사람들이 너무 좋습니다. 나를 괴롭혔던 친구도 좋고, 나를 버린 전 연인도 좋습니다. 사실 두렵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떨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의 뒷모습이 무섭습니다. 외면당하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것까지 좋아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들에게 나는 이제 쓸모 없는 존재였을지 몰라도, 나에겐 아직 소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잃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나는 당연한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당연하게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 당연하지 못 했습니다. 정작 피해 본 건 난데, 어째선지 가해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나 때문이야'라고 단정지으면 저는 조금 우울해졌지만, '너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행복했습니다. 상처주는 것이 싫어 뾰족한 말을 삼켰고, 마음은 찢긴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해졌습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를 철저히 짓밟으면 모두 그대로인 척 할 수 있었고, 나는 그런 만남을 사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