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을 쓰는 방법

시들어 내놨던 나무에 잎이 피고

by Deul

가게를 인수하기 전부터 있었는지, 나와 같이 들어왔는지 모를 나무가 올봄에 시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녀석과 햇수로 3년을 함께 했다. 크고 단단한 잎은 겨울이 되면 조금씩 말라갔다. 잎밑을 살짝 힘주어 건들이면 곧 떨어질 이파리는 접착제가 다한 것처럼 힘없이 떨어졌다. 함께 매년 한 두잎씩 지켜냈던 나무는 봄바람이 마르기 전에 푸름을 다했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어도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잎을 틔울 거라 생각했지만, 시든 식물을 가게에 두면 좋지 않다는 의견에 벌목되어 밖으로 내보내졌다. 뒷문 테라스는 죽은 화초들의 공동묘지. 화분을 무단점거한 잡초는 무성히도 자랐다. 이번 여름은 유독 비가 많이 왔다. 장마를 흠뻑 맞은 들풀은 무성해졌다. 동네 사람들의 재떨이로 전락할 화분의 뿌리에서는 새 잎이 돋았다. 흙이 말랐다고 물을 줘라, 물을 이렇게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 물고문에서 벗어난 녀석은 버려진 관심 속에 다시 살아났다. 나도 너를 외면했는데. 그제야 찾아본 나무의 이름은 떡갈고무나무. 영원한 행복과 강건함. 너는 그곳에서 행복하니? 거기서도 행복한 거니? 말라갔던 잎은 자연스러운 거였다고 나랑 있을 때도 행복했을까 물어보고 싶다. 잎은 꺾여도 거친 줄기는 마르지 않았는데. 문득 오랜만에 온 단골이 나를 보며 더 말라가는 것 같다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대로인데. 그때도 지금도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은데, 내가 나를 외면하고 있는 걸까. 해가 갈수록 내가 모르는 어떤 잎이 비틀리고 있는 걸까. 시들어 내놨던 나무에 잎이 피고 그걸 다시 들여야하나 빳빳해진 잎만 매만진다. 시린 계절에 접붙여 버려질 나도 잡초 속에 묻힐까 떡갈고무나무가 되어 있을까. 거친 햇빛은 다시 온실로 밀어넣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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