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밤은 깊고 진해
한낮을 일렁인 아지랑이가 은근하게 불어와요. 뜬눈을 뒤척이면 마음도 농축돼요. 고민이 한 방울씩 고이고 습한 목덜미가 모기처럼 거슬려요. 하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듯이 아득하게 검고 푸른, 우울이 녹아내릴 시간조차 부족해요. 젖은 베개 밑으로 뒤섞인 마음은 이젠 나조차 내가 불쾌한가요? 흠칫, 미적지근한 물병을 붙잡아요. 오래 견뎌내며 무뎌진 줄 알았어요. 속절없이 스며든 계절감을 몇 년만의 폭염처럼 앓는 중인가요. 벌컥벌컥, 미온수를 발음하면 미숙으로 들려요. 방치된 유리잔이 미지근한 건지, 남루한 내가 미숙해진 건지, 농담조차 더위 먹은 밤. 축축한 방이 조용히 쓰러질 것 같아요. 여름밤은 짧아서 깊고 진해요. 익숙한 줄 알았던 나는 자주 서투른 예보. 내일은 비가 올까요? 이번에는 잠깐 오래 쓰라린 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