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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닙 Dec 20. 2020

드러냄

02



슬픔을 느낀다는 건 일종의 드러냄의 표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현상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재생되는 것. 내 안에 숨죽여 있던 무언가가 바깥으로부터 스며드는 빛을 받아 반짝이는 순간을 말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존재를 확인하고, 여태까지 이렇게 숨죽이고 있었느냐며 안쓰러움을 느끼는 때. 우연히 맞닥뜨린 그 빛은 잠겨있던 마음의 울림이 되어 저 깊은 곳에서 표면까지 흘러나오도록 천천히 불러낸다.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손으로 붙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하염없이 흘러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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